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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쪽 그리고 또 반쪽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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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정 작성일07-03-08 15:42 조회3,3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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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쪽 그리고 또 반쪽 달리기

서울 마라톤에 부부완주 상을 목표로 풀코스를 신청하였는데 내심 걱정이 내 마음을 뒤 덮고 있다.
나야 어떻게 하던지 그동안의 출전경험으로 4시간 이내로는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의 반쪽이 문제이다. 반쪽도 그동안 몇 번의 풀코스 경험으로 완주할 능력은 있다고 생각 되지만.....
출전 일주 이상 전부터 무릎이 아프다고 정형외과에서 물리 치료를 받고 있으니 이건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혹시 무리하게 42.195km 뛰게 하다가 무릎 절단 나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래도 가만히 반쪽 눈치를 살펴보니 105리길을 뛰기는 뛸 모양 같다.
나는 비상 책으로 저녁 시간은 반쪽의 무릎 마사지사로 잠시 시간을 할애한다. 사이비 물리치료사 마사지도 굉장히 시원해하고 좋아한다. 그러다 무릎을 겨등아리로 잡고 발바닥 지압 긁기로 들어가면, 다리가 갑자기 반란을 시작하며 킬킬거리며 요동을 친다. 그렇게 간지럼을 타면 어찌 발마사지를 하느냐고 난 반문하지만.... 발바닥만은 하지 마란다.......그래도 난 발마사지가 재미있다. 반쪽의 확실한 반응이 있으니까....

어째거나 3월 4일 출전일은 드디어 다가왔다.
아침 4시 반에 대전을 출발 송탄에서 처제를 싣고 63빌딩 주차장에 대전 촌놈 무사히 주차완료하고 밖을 내다보니 흐린 날씨에 비는 오지는 않지만 바람은 제법 찬 기운이 얼굴을 스친다.
차안에서 준비한 반쪽을 위한 무릎 자가 테이퍼링 요법을 실시했다. 덩달아 내 바른쪽 무릎을 포함해서....그리고 힘내는 비상 처방으로 파워젤을 각기 1개씩 복용함으로 출전준비는 완료......슬금슬금 차 밖으로 나가 분위기 파악에 나선다.
사람들도 많다. 어디서 노란샤쓰 남녀노소 달림이 들이 이렇게 모였는지...... 달리기는 인간의 본능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드디어 10시 출발 신호다. 조금은 긴장은 되지만 나는 D그룹이라 한 5분후 105리길 대장정에 돌입한다. 여러 달림이들과 어우러져 그냥 나아간다. 반쪽도 E그룹에서 이젠 출발하여 달리고 있겠지? 한참을 달리다 왼쪽을 바라보니 바람이 불어 제법 한강물이 출렁거린다. 그리고 저 건너로 아파트 단지가 뭉쳐있다. 저 아파트들이 뉴스에서 떠드는 그 비싼 아파트인 듯 하다.
빗방울이 조금 뿌리기 시작한다. 이거 난리 난네.... 비 오면 큰일인데 제발 비야 몇 시간만 참아다오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내 딛는다.
한 10Km 달렸나 문득 앞을 보니 키가 껑쭝 큰 외국인 한사람이 성큼 성큼 잘도 달린다. 어찌나 잘 달리는지 따라가다가는 오버페이스 함정에 빠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속도를 조금 올려 계속 뒤를 따라 붙었다. 외국인은 무슨 시장 통 군중을 헤집듯이 잘도 나간다. 도저히 안 되겠다. 난 한국 사람과 놀아야지. 외국인은 먼저 달아나고 만다. “がんばれ” 일어 패킷도 보인다. 아참! 이 대회에 일본 사람이 많이 출전했다고 했지 주최 측의 세심한 배려인 듯하다.
성수대교 밑을 달린다. 이 다리가 옛날에 바닥판이 떨어졌던 다리인가? 새삼스레 천장을 한번 쳐다봐진다. 그 유명한 한강다리 밑은 다 지나 가는 것 같다. 한참 달리다 보니 급류에서 낚시질하는 낚시꾼도 보인다. 조금은 부럽다. 나는 힘들게 달려야만 하고 저분들은 여유를 즐기고 있으니....
다행이 비는 크게 오지 않아 완주희망의 싹이 보이는 1/3 지점인 14km, 조금 더 성숙한 17km 지점을 지난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물과 먹을 것을 부지런히 제공해주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너무나 고맙다. 거기다 달림이와 함께하고 있음을 외쳐대는 파이팅 소리...... 그래 파이팅 하지요 여러분, 마음속을 다시 한번 가담는다.

무심한 시간은 흘러 여기가 어디쯤인가? 드디어 반환점을 돌고 있다. 문득 시계를 보니 1시간 45분 인듯하다. 저 멀리 한판 벌려 놓은 오아시스 같은 음수대가 보인다. 꿀맛 같은 방울 도마도 아직끈 떠트려 요기를 하고 오이조각 하나 물고 다시 출발..... 아! 이젠 고향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
반환점을 향하여 모두들 한 방향으로 열심히 달려오는 주자를 보면서 이렇게 뛰다보면 반쪽도 어디에선가 만날듯하다. 만나걸랑 하이하이브 하면서 힘내라고 소리 질러야지.... 문뜩 이산가족 만날 때 기분을 연상해 본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길이 다른 방향으로 틀어져 버린다. 너무나 아쉽다. 머리는 보자기 모자, 턱은 주걱턱, 바지는 더블바지 이런 여인 못 보셨나요? 누구한테라도 붙잡고 물어 보고 싶다. 아직 반환점도 못 왔는데 무릎은 괜찮은지? 굉장히 힘들어 할 거야, 혹시나 부상 악화??? 여러 생각들이 한강바람과 더불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또 무심한 시간은 흐르고 흘러 30km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아! 서서히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마라톤 회의론, 내가 왜 달리는 거야, 이거 꼭 달려야만 돼나? 어떤 사람은 집에서 TV나 보면서 앞뒤로 편안히 X-Ray 촬영이나 하고 있는데...
에이 부질없는 생각 내가 누구냐? 그 유명한 마라토너 손기정 후예 김기정 아니냐? 스스로 반문해 보면서 마음을 독하게 먹는다.
또 하나의 내마음속의 나와 “적당히 달려” 안되 기정아 너는 “3시간 40분 안에는 들어 가야되” 한주제를 놓고 치열하게 이런 저런 언쟁하면서 시간은 흘러 37Km 지점을 통과한다.
그동안 내가 타겟으로 하여 달렸던 선두주자를 몇 번이나 바꾸었던가? 지금은 등 글씨, 옷 색상, 뒷 모습 다 생각은 안 나지만 춘천철인 등 글씨도 본 것 같다. 다 내가 앞서 보낸 사람들이다.
지금부터 달림이 들의 죽음의 구간 땅 귀신들이 자꾸 제발 쉬어가라고 내 다리를 붙잡고 놓지를 않는 것 같다. 안돼 이놈들아 내가 누구냐? 저리 물렀거라, 나는 땅바닥 귀신들을 뿌리치며 마음을 새로이 가다듬는다. 내가 요 구간 땅 귀신들을 확실히 잡아 놓을테니, 나의 반쪽아 제발 무사히 이 귀신지대를 빠져 나오너라. 마음속으로 어딘가에 달리고 있을 반쪽을 생각하며 기원해 본다.

아! 드디어 40km 지점, 저기 63빌딩이 더욱 가까이 보인다. 컬럼버스가 신대륙에 처음 상륙할 때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기분을 어찌 알 수가 있으랴? 내가 마지막 타겟으로 하여 달렸던 한 여인을 추월한다.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힘이 다 빠졌을 텐데도 다시 힘을 내보니 추월해진다. 아! 정신은 육체를 지배하는 구나?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드디어 길고 긴 백 오리길 나의 두발 한강변 여행을 마치고 감격의 빨간 매트를 밞는다.
“1052번 김기정 선수 골인” 이름을 불러주는 사회자의 목소리를 뒤로하며 사진촬영을 위한 이미지를 조정하니 대형수건으로 몸을 감싸주며 메달을 걸어 준다. 개선 장군 같다.
내 나이 내년이면 60인데, 누가 이처럼 나를 맞이하며 박수를 쳐 줄 곳이 또 어디에 있을 것인가? 생각하니 새삼 서울마라톤에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서울마라톤 관계자님! 고맙습니다.> 손목시계 스톱을 누루니 3시간 36분 45초를 보이고 있다. 제36번째 풀코스 완주를 기록하는 순간이다.

나의 반쪽이 들어오려면 2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궁금하다.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 달리고 있는지? 달리다 보니 엠블런스 차가 있던데 혹시 그 안에 들어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머리를 스친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찾아야지 지금 경과시간 4시간 50분, 나는 뿌리치는 비바람은 아랑곳 없이 차안에서 밖으로 출동한다. 비는 왔다 안 왔다 한다. 바람은 세차게 불어 메인부대가 넘어지고 행사설치물 쓰러진 게 한 두 곳이 아니다. 생각하니 반쪽은 이 비 바람에 너무나 고생할 것 만 같다. 갑자기 너무 불쌍한 생각이 든다. 부부는 서로 불쌍히 생각하면서 아껴주고 살아야 한다는 어느 목사의 설교가 생각난다.
그래도 나 따라 완주의 일념으로 무릎이 정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105리길 달리기를 도전 하였으니....나를 닮아서 그런가? 의지도 대단하다. 부부는 오래 살면 닮는다고 하던데... 32년을 함께 살았으니 그럴 만도 하지...
정말 이번 풀코스 완주 성공할 수 있을까? 에이! 완주는 못하더라도 부상만 없이 들어오기만 해다오. 풀코스 부부완주상 그거 별거 있겠냐?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안 한다.

들어오는 사람들 모습과 표정을 보니 너무나 생생하고 순박한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보는 것 같다. 인생은 괴로워 그러나 저기 기쁨도 있다. 기쁨이 바로 코앞에 보이지 않느냐? 푸른색 골인아취가 서있는 달림이들의 파라다이스, 모든 달림이들이 그리워 하는 곳, 모두들 한결같은 마음으로 마지막 고비를 힘들게 넘기고 있다.
갑자기 “인생은 4박자” 라는 노래 가사 생각이 난다.
꿍짜작, 궁짝 ♪.....한고비 흘러 넘을때..♩..슬픔도 있고 고생도 있고..♬
아! 그렇게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나의 반쪽의 저기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웬걸! 한사람이 아니고 두 사람이다. 가만히 보니 처제와 둘이서 기진맥진하여 어부적거리며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있는게 분명하다. 반쪽과 처제의 노랑, 빨강 샤쓰가 분명 저기 보이고 있다. 나의 반쪽 모습이 틀림없다. 105리길을 달림을 같이해준 처제가 고맙게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소리질렀다. 이제는 다왔다. 저기 골인점! 같이 뛰면서 하나, 둘, 박자를 맞춘다.
모든 건 이제 다 끝났다. 이제는 휴식 뿐이다. 뒤에서 푸른색 골인 아취 속으로 힘들게 한 걸음, 한 걸음, 빨려 들어가는 두 자매를 뒤쪽 멀리서 쳐다보는 나의 마음은 너무나 평화롭다. 이제는 찾았구나 나의 반쪽을! 반쪽 더하기 찾은 반쪽 이제 완전한 한쪽이 되었구나! 드디어 해 냈구나 풀코스 부부 완주를 .....감격스런 뿌듯한 마음이 가슴에 충만하다. 아! 누가 인생을 아름답다 했던가 그 사람 말 한번 정확하게 했네....누가 이 기분을 돈으로 살 수가 있으리오!
난생처음 부부완주상패 글씨를 서로 뚤어지게 쳐다보며 이상패가 기원하듯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기를 이심전심으로 서로 다짐하고 있는 듯 하다.
거기다가 월계관 쓰고 꽃다발까지 들고 사진 찍기는 내 평생 처음이다. 패션에 관심 있는 반쪽은 폼을 잘 잡으라고 성화다. 그래도 추워서 바지는 입은채로 짤카닥 한 카트, 나중에 어떻게 나오려나 궁금하다. 월계관을 다 쓰다니..내가 정말 승리자인가? 하기야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으니 승리자는 승리자지? 스스로 확인해본다. 허! 허! 허! 나의 반쪽아 수고했다. 고맙다.
“194번 김정라 풀코스기록은 5시간 31분 23초 입니다”의 문자메세지가 날라옴을 보며 평상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대전을 향하여 차를 몰았다. 마치 전쟁터에서 승리를 하고 전리품을 챙겨 개선하는 장병 마냥.... 이래서 인생은 행복하다. 더구나 달림으로 더 행복함을 실감하면서...
서울마라톤 관계자님 고맙습니다.

2007년 3월 8일 김기정 씀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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