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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를 이렇게 운영해도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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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환 작성일11-08-16 17:01 조회1,9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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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이 더운데 왜 달리냐고....
힘든 것은 아랫 것들 시키면 되는데
굳이 힘을 빼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
에밀 자토백이 말한  당연한 진리를 다시금 되새겨 본다.

사람이니까 달린다.
달리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달리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요령을 허락하지 않으며 순전히 본인이 달린 만큼만 인정된다.
뭐 대충 이런 이유로 달린다고 말하곤 한다.

서울혹서기마라톤!
이름만 들어도 한여름에 온몸이 벌벌 떨릴 정도의 전율이 느껴진다.
말복이 막 끝난 삼복 더위철에 무슨 마라톤대회를 한다는 것인지
냉소와 자조섞인 혼잣말을 토해낸다.

하지만 "정말 괜찮은 대회"라는 마라톤회 총무선배님의 권유에
방금 그 자조는 어디에 가고 가슴 한가득 도전감이 불타오른다.

그렇지 않아도  공사가 다망하여
지난 3월 동아마라톤대회에 불참한 것이 찜찜했었는데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전의 날은 다가오는데.......
운명의 장난인가 머피의 법칙인가?
술자리는 자꾸만 늘어난다. ㅠㅠ

평소 일주일에 2~3회 있던 술자리가
대회를 2~3주일 남겨놓고 4~5일로 늘어났다.
원래 술 없이는 업무수행이 약간 힘든 상황이라
대략난감이다.
술과 마라톤과는 공생할 수 없는 상극관계이거늘
이를 어이 할거나.

월요일까지 이래저래 술자리 일정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보니
대회까지 일주일도 채 안남았다.   
훈련을 해야하는데 술먹느라고 못하고 비가 와서 또 빼먹고
말 그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

직원들에게는 이미 "혹서기마라톤"에 출전한다고
공약을 해놓은 상태라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닌가 하는 괜한 걱정까지 앞선다.

드뎌 운명의 날, 2011년 8월 14일 일요일 07시!
서울대공원에는 이른 시각인데도 마라톤매니아들로 북적댄다.
저마다 가슴에 하나 가득 "완주"라는 목표를 안고
행사장으로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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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행사를 위한 준비가 마무리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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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년 토끼마라톤에서 만난 남녀의 결혼식 행사를 시작으로
마라톤의식은 진행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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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회 완주자 시상식 그리고 이어진 300회 완주자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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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300회 완주를 어떻게 했지?
65년 뱀띠 마라톤회 소속이니까 대략 47세,
마라톤이 활성화된지 10여년 정도 되었으니
1년을 52주로 잡고 겨울에는 대회가 거의 없으니까 40주 정도로 잡으면
매주 1회씩만 완주해도 8년을 꼬박달려야 하는데....
괜한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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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출발을 알리는 포는 울리고 나는 달린다.
집에서 손수 만든 풀코스용 에너지원을 얼려서 배낭에 메고,
박태환선수처럼 이어폰을 꽂고
걸그룹 저리가라는 상하의실종 패션을 하고 
복잡한 군중속을 헤집고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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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다.
오늘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출발하기 전만 해도 의기양양하고 전도유망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뒤따라오는 선수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듯하다.

총무선배는 페이스를 맞춰주기 위해서
계속 뒤돌아 보며 보폭을 조절하지만 그것 조차 성가시다.

대공원을 12km 돌고 외곽순환도로로 접어드는데
앞이 노랗고 도무지 달릴 의욕이 나지 않는다.
거기다가 쓰나미처럼 나타나는  거대한 언덕이 숨을 탁 멈추게 만든다.

누가 나를 이 길로 몰아넣었나.
후회가 앞을 가리고 언덕이 숨을 막는다.

왕복 6km 언덕을 5회 반복하는 30km코스.
오르막과 내리막이 수차례 반복되는 길.
아무 의욕도 없고 생각도 없이 터덜터덜 발소리를 내며 달린다.

그런데.....
사람들의 표정이 나와는 다르다.
모두들 무엇엔가 중독된 듯,
힘들 모습은 어딜가고 즐거운 표정으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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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언덕은 걷고 내리막은 달리고
몸이 가는대로 코스가 있는대로 그냥 달리고 걷고를 반복할 뿐이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대회를 즐긴다는 표현이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다. 
이런 걸 두고 "자연와 동화된다"고 했던가.  

흐린날씨가 계속되는가 했더니 햇빛이 쨍쨍 내리쬐기 시작한다.
왠지 예감이 안좋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햇빛과 무더위와 오르막.
마의 3촘사가 무거운 발길을 더욱 붙잡아 맨다.

"에이, 25km 정도만 달리고 포기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들고 여유를 부리기 시작.
요령을 피며 달리다 좋은 장면이 나오면 찰칵.

매경기마다 만나는 목동마라톤클럽의 퍼포먼스단.
이번에도 예외없이 흥겨운 가락을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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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클럽에서 나왔나.
한번에 쉬지않고 지키고 힘든 마라토너에게 청량감을 안겨주는 미희(?)들.
역~쉬~아줌마 파워!!!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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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허덕대는 순간 시원한 물세례로 방전된 에너지를 재충전해주는
물바가지 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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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숨 쉴틈도 안주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간식대.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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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풍경을 감상하고 즐기고 먹다보니
25km를 훌쩍 넘어 30km를 향하고 있는 나를 발견.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완주를 하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10여km만 가면되는데 본전 생각도 나고
퍼팩트하고 정감 넘치는 경기운영에 매료되어
이대로 멈추기에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돋는다고 했던가.
때마침 쏟아지는 장대비가
느려진 심장박동에 100마력의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나도 모르게 신발끈을 고쳐매고 다시 출발.
왕복코스를 한바퀴 돌때마다 손목에 걸어주는 고무줄이 점점 늘어간다.
아니, 고무줄 받는 재미에 힘든 마음도 잠시 잊혀진다.

집에서 만들어온 나만의 비법에너지원은 한모금만 입에 대고
대회측에서 제공하는 간식거리만 먹고 달렸다.
솔직히 이렇게 운영해도 되는지 궁금해진다.
3만5천원을 내고 이렇게 후한 대접을 받아도 되는지....

바나나, 방울토마토, 수박 등 과일하며
김밥과 떡에 아이스크림
그리고 과일쥬스, 콜라, 스포츠음료까지
먹은 것만 해도 대략 본전 ㅎㅎㅎ

거기다가 시원한 냉수까지(이건 순전히 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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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풀코스를 10여차례 완주했지만
한번도 허기와 싸워서 이겨본 적이 없다.
30km만 넘으면 체력은 바닥나고
주요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이 고갈되어 
오로지 정신력 하나로 버틴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번 대회는 '허기'의 '허'자도 만나지 못했다.
오히려 배가 빵빵하게 불러서 문제였다. 

어느덧 4회를 왕복하고 마지막 1회를 남긴 순간.
주로에는 인기척이 점점 뜸해진다.
대략 두가지 이유 때문에.......
완주를 마치고 집으로 갈 준비를 하거나
중도에 포기하고 낙심하고 있는 사람.

인적 드문 코스를 달리다 보니 봉사대원들의 서비스를
혼자 독차지하는 호사도 누려본다.
내 이름을 연호하며 힘내라며 파이팅을 외치고
언덕길을 달릴 때는 에어로빅 미녀대원(아줌마파워)이
하나둘 하나둘 보조를  맞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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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지금 이순간 "나는 왕이로 소이다"
비는 더욱 거세게 내리지만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다.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에 힘 입어
내 생애 12번째의 42.195km를 완주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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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물어본다면 한결 같이 대답하리라.
기록은 역대 최악이지만
기억은 역대 최고로 남는 경기였고
기쁨은 역대 최상인 대회였다고.....
그리고 중간에 포기하고도 다시 일어나 완주한 유일한 대회라고.

마지막으로 제공하는 비빔밥은 나를 또 한번 감동시키는구나.

대회를 이렇게 운영해도 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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