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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2월 10일의 LSD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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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광호 작성일02-02-10 16:44 조회5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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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구보행군^^ 은 저멀리 청담교가 보이는 곳까지 왔다.
아직까지도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없다.
거슬러서 반대편으로 지나가는 사람도 드물다.
해가 떠올랐는지 주위가 제법 밝아져왔다.
우리 일행이 청담교 가까이에 이르자 밑에서부터 다리를 비추어주던 조명이 번쩍, 일순간에 꺼진다.
소위 脚光이다.
영어표현에도 foot light라는 것이 있는데 꼭 같은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캄캄한 어둠속, 대상을 아래로부터 빛을 비춰 올리면 정말 근사하다.

어제는 가족들과 밖에서 저녁을 먹고 이마트를 들렸었다.
아내가 아이들의 안경을 교체하여주는 동안, 음반 판매코너를 들렸다.
전문점은 아니었기에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야말로 초라했다.
진열된 작품의 수준이나 가수들, 음반발매사들의 명성은 낮은데,
유독 조수미의 음반만 여러종류 진열되어 있어,
베스트 쎌러 지향의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호를 다시 한번 발견할 수 있었다.

가요코너로 가보았다.
송창식곡을 하나 사고 싶었지만 없었다.
386세대 곡 모음이라는 음반을 들고 곡목을 훑어보았다.
짧은 순간 옛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느 새 곁에 온 아내가 말했다.
'당신한테 꼭 맞는 곡들인가요?'
'아냐, 노래야 알지만 나는 475세대야... 40대 나이에 70년대 학번, 그리고 50년대 출생...'
아내도 나도 씨익 웃었지만, 서로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 없었다.
'조용필이나 설운도 음반을 하나 살까?'
잠깐을 망설이다 그냥 내려놓고 돌아섰다.

대열은 이제 탄천을 지나고 있다.
조금 힘이 들었다.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먼저 토함산을 불렀다.
'토함산에 올랐어라, 해를 안고 앉았어라,
가슴속에 품었어라, 세월도 아픔도 품어버렸어라,
터져 부서질 듯 미소짓는 님의 얼굴에는 천년의 풍파세월 담겼어라......'

다음에는 '피리부는 사나이'를 부르고 '왜불러'를 불렀다.
조금은 리듬이 빠른 노래가 부르기 쉬웠다.
'고래사냥'이나 '상아의 노래', '간다시던'이나 '꽃·새·눈물' 등의 곡은 템포가 느려
부르기 어려웠다.
물론 마음속으로만 불렀다.

내가 아는 형중에 프로기사 서봉수씨와 죽마고우(사실 x알친구라 해야 느낌이 산다)가 있다.
그분이 하루는 서봉수씨를 만났는데 송창식씨와 바둑을 두고 있더라는 것이다.
바둑이 끝나고 서봉수씨가
'명인하고 바둑을 두었으면 지도료를 내야지?' 하고 말하자,
송창식씨는 아무 말 없이 벽에 기대어 두었던 기타를 끌어와 노래 한 곡을 부르더라는 것이었다.
너는 명인이지만 내 노래는 그 이상가는 귀한 것이다...라는 뜻이었을 거라는 형의 해석이었다.

너무 멋있었다.
아마도 대가들의 선문답이 이런 모습일 것이다.
마라토너는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가?
이봉주씨라면 말없이 운동화 끈을 매고 밖으로 걸어나가야 하나?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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