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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의 LSD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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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광호 작성일02-02-10 20:32 조회6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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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식씨에 대한 생각이 더 이어진다.
그의 노래는, 아니 노래와 혼연일체가 되어 노래를 부르는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이다.
아니 세계 최고의 가수이다.

어느 평자는 다음과 같이 그를 얘기했다.

「가수 송창식은 행복한 사람이다.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영낙없는 행복한 한량이다.
신윤복의 풍속화에서 방금 탈출한 그는 흥에 겨워 얼씨구 어깨를 들썩이고,
정말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행복하다는 듯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엉망으로 구겨진 얼굴로
아예 눈을 감다시피 노래를 한다.
그는 삶의 번잡스러움과 하루에도 수십번 뒤집어지는 희노애락을 떨치고,
진정으로 잊을 수 있는 사람이다.
적어도, 무대 위의 그의 노래에는 세상살이의 어두움은 없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사소하고 별볼일 없는 작은 일상이 그저 즐거워진다.
그에게서는 도인(道人)의 향기가 난다. 은은하고 톡 쏘는 듯한 나무와 같은...」

그의 노래를 기억나는대로 생각해본다.

맨처음 고백, 그대 있음에, 사랑이야, 비와 나, 딩동댕 지난 여름, 철지난 바닷가
애인, 축가, 새는, 이슬비, 가위 바위 보, 나의 기타 이야기, 꽃보다 귀한 여인
한걸음만, 우리는, 푸르른 날, 가나다라, 슬픈 얼굴 짓지 말아요, 선운사, 참새의 하루
담배가게 아가씨, 에이야 홍 술레잡기, 당신은, 손을 잡고 걸어요, 그대 있음에
새벽길, 걷지 말고 뛰어라, 창밖에는 비오고요, 비의 나그네......

어느 한 곡, 내 젊은 날의 사랑과 고뇌와 우정과 추억이 담겨있지 않은 것이 없다.
나는 이러한 그의 노래를 전부, 다 좋아한다.
특히 '밤눈'은 더욱 좋다.

...한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 없이, 가만이 눈감고 귀기울이면
까마득히 먼 곳에서 눈쌓이는 소리...
...당신은 못듣는가 내 울음소리, 먼 들판 언덕에서 내 부르는 소리
잠 못들면 나는 그 곳엘 가네, 눈송이 어지러운 그 곳엘 가네...
...눈발을 헤치고 옛얘길 꺼내, 아직 얼지 않았으면 들고 오리라
아니면 다시는 오지도 않지, 한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 없이...

절규하는 목소리, 울부짖는 목소리의 fade out은, 금방이라도 날 울게 만드는, 참으로 절창이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힘드는 걸 잊고 탄천을 지나고 하프 반환점을 지나고, 올림픽교를 지난다.
얼마전에 한택희님이 런너스하이에 대하여 의견을 수렴하는 걸 보았는데
힘드는 것과 고통을 잊는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runner's high가 이 외에 따로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무리속에 섞이어, 비록 머릿속은 모두 제각각으로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겠지만,
적어도 외형이나마 하나되어 '반포달리기'의 노란 달리미들이 드디어 천호교를 지나고
풀코스 반환점을 지나고 오르막길 몇백미터를 더 달려 갈래길에서 턴을 한다.
30km LSD를 정식으로 해본 것은 오늘이 처음으로, 여기까지 낙오하지않게 이끌어준 분들이 고맙다.

(계속)


여기까지 적었는데,
혹시 마라톤에서 벗어난 엉뚱한 신변잡기가 불편하시지나 않으신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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