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친구야 그때 그 짬뽕국물 생각나냐?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대현 작성일02-02-23 10:05 조회561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높을(高)! 모자 앞창 위는 연륜 다한 高三 뱃지! 누렇게 달려있고.
3년 쓴 모자 윗부분 털들이 이미 빠져버려 반질반질하여 지고
모자 내피는 없어진지 오래!
이때쯤이면 졸업이 다가올 때입니다.
수업도 제대로 안되고 담임선생님은 닳아빠진 출석부 들고 오셔
이름만 부르고 자율공부 하라며 교무실로 돌아가시고 나면
그야말로 우리들 세상입니다.
60여명이 모인 高三 교실. 왁짜지껄!
차력한다고 책상 몇켭 포개놓고 올라가 물 담은 바케스들고 설치는 녀석!
어디서 구했는지 꿀단지라는 요상한 책 펼쳐놓고 보는 녀석!
강아지담배)때리러 창문 밑 양지바른쪽으로 월담하는 녀석!
가방속에 만화책만 가득한 녀석!
서로 자기 목젖 크다 내기하는 녀석!
소녀경 정독하지만 실전경험 전무한 호기심 많은 녀석!
펜팔난 뒤져 그럴듯한 이름 골라 한건 올리려는 녀석!
앞머리 서로 길다고 자로 재는 녀석!
등뒤 "애인구함"이라고 쓴것도 모르고 열심히 공부하는 녀석!
토요일 오전수업. 담임선생님의 통과의례 종례시간이 끝나면.
무연탄난로 온기 사라진 썰렁한 교실을 빠져 나옵니다.
높은 미루나무 둘러 쌓인 운동장에는 흰눈 녹아 곳곳이 질퍽한
하교길은 친한 녀석들끼리 각자 제 갈 길로 흩어집니다.
얌마..... 시내가서 영화 한편 때리자.!
짜식..... 중국집 짬뽕국물! 빽알 한도꼬리 캬..!
이거 어때....
야! 야.! 그러지 말고 뒷산에 토끼몰이 가자.....
야! 요 앞! 빵집 나막가시 그거 죽인다.
빨리 먹기내기하자....
야! 그러지 말고. 가위바위보로 정하자.
가위! 바위! 보!.....
몇번의 주먹질 끝에 출출한 녀석들의 행보는
짬봉국물맛 끝내주는 중국집으로 결정됩니다.
야...임마 천원씩내놔...!
짜식! 천원이 어디있냐. 먹고 죽으려고 해도 없따!
야...! 그러지 말고 꿔주라.!
야.... 일단 가고 보자!
먹고 죽은 놈! 때깔도 좋타더라 !
가방끈이 떨어진지 오래된 책가방! 옆구리에 끼고
모자는 삐따닥.! 검정바지는 나팔바지... 일자통바지..
형편좋은집 녀석! 미제사지바지.....
이불밑에 정성드려 깔고 자면 훌륭한 다림질.
주름 잘가지 않는 미제사지바지는 쫙쫙 좌우로 폼나게 돌아가고
개혓바닥 척! 내밀은 군화라도 신으면 동네 멋쟁입니다.
월남전 맹호부대 형님!
귀국박스속의 야전전축 죽이는 스테레오!
형님께서 주신 정글복 검정물감 드리고 장글화 신은 녀석!
그야말로 짱! 입니다.
미제원단 물 날린 청바지 상.하 입은 녀석은 킹! 입니다.
중국음식점 뒷골목. 개구멍 들어가듯 뒷문을 통해 들어갑니다.
앞문은 아무래도 뒤가 찔립니다.
가장 으슥한 골방 5호실로 들어가 음식을 주문합니다.
아~저~~씨! 여~기~~요....
짬뽕 꼽빼기 2개 하고요.! 빼갈 한도꼬리 주세요.
수타소리 땅! 땅! 얼마가 지나면 주문한 얼큰하고 매운국물
짬뽕꼽빼기 큰사발 2개와 빼갈 한도꼬리가 나옵니다.
우선 국물 후후거려 마시고. 캬! 빼갈! 끝내줍니다.
얌마! 국수 아껴먹어.. 침튄다. 임마..... 안주해야 돼,!
목줄기로 넘어가는 것. 화끈! 시원! 싸아! 햐.... 죽인다.......
빼갈 한잔! 두잔! 석잔.... 짬봉그릇 밑바닥 삽시간 바닥납니다.
이때 비장의 무기.
아~저~~씨! 저! 짬봉국물 써비스 좀 주세요. 계란도 좀 넣어주세요.
그리고! 빼갈 한도꼬리 더 주세요.
어! 5호실! 알았어! 임마! 쫌 기다려..
高三! 골목집 중국음식점은 이미 녀석들의 단골집 입니다.
뜨끈뜨끈. 얼큰달큰 매콤한 짬봉국물!
큰사발 하나 써비스 나옵니다.
이제는 사발 들고 마시기는 안됩니다.
숫가락으로 만 먹어야되는 룰이 적용됩니다.
빼갈 한잔에 두숫가락 허용. 춘장. 닥꽝(단무지)품절!
짬뽕국물이 떨어질쯤 녀석들의 속은 얼큰하고. 화끈화끈하여.
간땡이가 슬슬부어 오릅니다.
이때 두 놈 서로 눈짓을 합니다.
기관장집 아들녀석 호주머니사정을 알고있는바...
야.... 나 말아야! 화장실 잠깐 다녀올께.....
야...임마 너 짜식! 또 튀려고 그러지....
짜식...튀긴 너하고 나 사이 그렇케도 못 믿냐....
책가방하고. 모자 놓고 갈게 임마!
5호실 장짓문을 열때 녀석의 튀통수는 간질간질하고
안면에는 의미심상한 미소를 지며 으슥한 화장실로 갑니다.
그러길 얼마.... 화장실간 녀석은 영 돌아오질 않습니다
그 다음 차례는 먼저 튄 녀석 앞에 앉는 녀석.
야!.... 이짜식 정말로 튀었나.....
잠깐 기다려.. 보고올께....
두번째 나간 놈도 이네 삼십육계 줄행당 칩니다.
이제 남은 녀석은 기관장집 아들! 그리고 한녀석....
이그! 야 ! 남은거나 마주 먹자.
이세이들! 정말 튀었네.! 두고보자...... 아! 열받아...
햐! 이거 선수쳤네.. 장단에 따라 반주를 같이 맞춰 줍니다.
연탄불로 달궈진 5호실 아랫목은 까맣케 탄것처럼 장판 색갈은
변해있고 따끈따끈한 방바닥은 두놈을 꼼짝못하게 잡습니다.
야.! 한숨때리고 갈까.? 하품을 하여 봅니다.
이그... 야! 가자.
마음약한 기관장집 아들녀석이 먼저 포기합니다.
짜싸.... 가자 내가 쏜다.
야....임마! 난, 천원밖에 없다.
우씨...... 녀석은 사지바지 툭툭털고 일어나, 개다리군화신고..
아저씨! 여기 얼마입니까?
녀석은 쓰린 속 다잡고. 벌건 얼굴로 꼬깃꼬깃 비상금 톡톡털고
나머지 천원한장 보태 계산하고 중국집 뒷골목으로 나옵니다.
먼저 튄 두녀석의 가방과 모자도 나누어 들고 나옵니다.
그래도 다음 날 일요일에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네 녀석들은 늘상 모이는 검정 기와집 쇠죽끓이는 퀴퀴한 골방에 모여
지난 여름방학 네녀석이 무전여행한 대천해수욕장의 무용담..
월사금모아 무단가출. 돈떨어져 청량리역전부근에서
자장면 배달하다 부모님께 잡혀 내려온 녀석의 이야기!
부산에 연희 라는 가시나와 펜팔 이야기!
무엇이 그리 좋은지 시간가는줄 모르고 떠들다 보면
따뜻한 아랫목도 온기 빠지고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 갑니다.
흰밀가루 뒤집어 쓰고.
오색종이 테이프 두르고.
질척대는 운동장 교단앞에
빛나는 졸업장들고 사진한방 같이 찍고
헤어진 녀석들아!
이젠 우리 아들 딸이 졸업할때다....
어~이 친구야!
그때 그 짬뽕국물 생각나냐?
2002. 01. 31
즐거운달리기가되시길............
천/천/히/달/리/는/사/람 김대현
추천 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