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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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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현우 작성일02-05-07 01:54 조회8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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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비로울 수 있는 대상

무엇을 모른다는 것은 그 만큼 신비로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에
그것을 알려고 하는 이상, 그것이 부끄럽거나 놀림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인식할 수 있는 충분한 설명이 있었음에도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사실에 대해서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것은 아집(我執)이요, 무식(無識)이라고 치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자신의 주장이 기어코 옳다고 우기면서
10만원 내기 빵을 해, 그것으로 처갓집에서 생맥주를 사먹자고 한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2. 세발낙지란?

지난 4월 27일(토요일) 서울마라톤클럽 회원님들을 태운 관광버스는
나비의 고장, 함평을 향해 시원스럽게 달리고 있었다.
함께 마라톤대회에 참가한다는 설렘으로 많은 이야기가 즐겁게 오가고 있는데
그 중에 귀를 번쩍이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족들과 마라톤 여행을 함께 한 서울마라톤 장충일님이
목포에 사시는 형님께서 그 유명한 목포 세발낙지를 박스 째로
함평마라톤대회가 끝날 즈음에, 공설운동장으로 가져오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순간! 그 맛이 일품인 세발낙지를 젓가락으로 돌돌 말아 초장에 콱 찍어 먹을 생각을 하니,
저절로 침이 넘어가는 것 같았다.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그러했는지
곧바로 차안은 세발낙지로 모든 화제가 집중되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아리따운 콩쥐 아가씨 윤이준님도 귀가 솔깃했는지
갑자기 놀란 토끼처럼 눈을 번쩍 뜨면서, 가냘픈 목소리로
"목포 세발낙지라 하면, 발이 세 개이여서 세발낙지인가요?" 하고 물어왔다.
나 역시 한 동안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언젠가 한번 신문 맛기행에서
목포 세발낙지는 일반낙지에 비해 몸통이 작으면서 다리가 가늘기 때문에
가늘 세(細)자를 앞에 써서 그것을 구분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간단히 설명 해주자, 그 옆에서 엄청나게 유식한 척하면서
시집(詩集)에만 완죤히 몰두한 것처럼 위장하고 있던 김진사 어른이
"어이, 이 무식한 송파세상! 세치 혀란 소리도 못 들어 봤냐?
목포 세발낙지는 다른 낙지에 비해 다리가 세치밖에 안된 것처럼 짧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거야!
모르면, 가만히 있어야지 어디서 무식한 넘이 아는 체하는 거야"
순간, 나는 참 해괴망측한 이론을 갑자기 만들어 서슬을 세운 김진사어른이 우서워
한동안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멍하니 내가 쳐다보고 있자,
"세치의 짧은 혀로 세상을 바꾼다는 말도 못 들어봤냐? 모르면 공부 좀 해라! 공부!"
참말로 내사 기가 막혀서, 그래도 콧구멍이라도 뚫렸으닌께 숨이라도 쉬지!
하마터면 그 당당한 모습 앞에서 까무러칠 뻔 했다닌께.
그러나 그대로 물러 날 내가 아니었기에, 아득했던 정신을 다시 가다듬고,
초시(初試)도 안보고(혹시 뇌물로?), 어느 날 갑자기 진사(進士)가 되어버린 김진사 어른께
"아니, 다리가 짧은 것은 쭈꾸미인데, 어떻게 그것이 세발낙지가 될 수 있는감요?"
"어허, 모르면 가만히 좀 있어라! 목포에선 다리가 짧은 것을 세발낙지라 한다마다!"
시집(詩集)을 들고 고상한 척 하면서 그렇게 막무가내로 우기는데야
어쩔 수 없이 내가 한발 물러날 수밖에 더 있겠는가?

3. 함평공설운동장에서 세발낙지

다음날, 함평 나비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 러너들이 거의 다 골인할 무렵,
대회장 분위기는 파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래서 함께 어울려 놀았던 그린넷마 회원들과
울산에서 온 러너들은 모두 먼저 떠나 버렸고, 서울마라톤 회원들만 운동장 둔치에 모여
마지막 막걸리 판으로 완주의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장충일님이 관광버스에서 약속했던 것처럼
살아있는 목포 세발낙지 한 박스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들어 서로 그것을 구경만 할 뿐,
누구 하나 생체로 그것을 초장에 찍어 먹을 생각을 안 했다.
그래서 내가 그것을 먹는 시범을 보이겠다며, 먼저 나무젓가락에 그것을 돌돌 말자,
옆에서 징그럽다는 듯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김진사어른이
"어이, 송파세상! 어떻게 그것을 그렇게 그냥 먹냐?
그것을 살짝 데쳐야지, 그렇게 먹다가 숨 막혀 죽은 사람도 있다."
"괜찮아유! 이런 것은 이렇게 먹어야 제맛이라닌께!"
살아있는 세발낙지를 한입에 넣자, 발들이 양볼에 마구 붙어 잘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것을 손으로 하나씩 떼어내며 아그작 아그작 씹어먹자, 이를 본 김진사 어른이
"와! 너 진짜로 야만인이다. 이제 너하고 상종도 안 해야 쓰것다!"
앞으로 상종을 하든 말든, 맛있으면 됐지 하면서 한 마리를 거뜬히 먹고나자
모두들 두 눈을 휘둥그래 뜨고서,
징그러운 동물을 보 듯한 태도로 나를 노려보며 구경만 하고 있었다.
'오라이 잘 됐다. 그대로 구경만 하시래이! 이판에 세발낙지로 배 한번 터져 보자!'
다시 한 마리를 박스에서 꺼내 거걸스럽게 물어뜯자,
옆에 있던 장충일님이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며, 한 마리를 통째로 입 속으로 넣고 있었다.
그래도 옆에 있던 사람들은 멀뚱멀뚱 쳐다만 볼 뿐, 덤벼들려 하지 않았다.
'좋아, 좋데이! 그대들은 이 맛을 모를 것이여! 계속 그대로 보고만 있으레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소주 한잔을 따라 탁 입에 걸치고 나서,
또다시 한 마리를 입에 넣어 버렸다.
그러자 압구정동에서 횟집을 경영하고 있는 "배터지는 집" 문정복사장님이
"맞어! 세발낙지는 저렇게 먹는 것이여! 어디 한번 먹어 봐!"
하면서 낙지 박스로 손을 넣고 있었다.
이에 덩달아서 권웅희님도 한 마리를 잡아들었다.
그에 질세라 그 동안 무식한 야만인들이나 그렇게 먹는 거라며 나를 놀리던 김진사어른이
몇 년 굶은 개처럼 단숨에 낙지 한 마리를 잡아 물고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느다랗게 긴 세발낙지 다리들이
그 점잔빼던 김진사 어른의 얼굴을 완전히 도배하듯이 달라붙어 버렸다.
갑자기 당황해진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어쩔 줄을 모르는 것 같았다.
양손으로 화급히 다리를 떼어내었지만, 그렇기가 무섭게 세발낙지 다리들은
찰거머리들처럼 코며, 볼이며 눈꺼풀위로 다시 달라붙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서 그 광경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계시던 어부인께서 달려들어
그것을 함께 떼어내는데도 한 동안 그것은 속수무책이었다.
더구나 세발낙지 몸통을 진돗개가 사냥감을 콱 물듯이 입 속에 넣고 있었기에
무슨 말도 못하고 숨이 곧 넘어갈 것처럼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김진사 어른! 세발낙지를 그렇게 먹다가 죽은 사람이 있다닌께,
향불을 지금 피워드릴갑쇼?"
어떤 댓구도 못하고 쾍쾍 거리면서 숨만 깔딱깔딱 거리고 있었다.

세발낙지 먹다 간신히 송장 신세를 면한 김진사 어른께
다시 한 마리를 내보이자, 이제 기겁을 하며 그만 먹겠다며 손을 내저었다.
점잖은 척하던 양반이 아마 그것을 먹다가 체면이 엄청 구겨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낙지 다리를 쭈룩 훑어내려 보이며
"이렇게 다리가 긴데, 어떻게 세치밖에 안되느는감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낙지 다리는 훑으면 한없이 길어진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면서
기어코 세치 길이의 다리이기에 "세발낙지"라고 내게 우기고 있었다.
가느다랗고 긴 세발낙지 다리에 충분히 혼났을 법도 한데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4. 분당대회 후, 회식자리에서

5월 5일 탄천검푸의 분당하프마라톤 대회를 마치고, 청담동에 있는 양곱창집에서
서울마라톤과 달리는 의사들 모임의 회원들끼리 어울려 점심 회식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나는 다시 김진사 어른에게
세치 혀를 말할 때 쓰는 짧은 다리의 세발낙지가 아니고
가늘 세(細)를 써서 세발낙지라고 말하자,
여전히 세치 혀만 내세우며 그것이 옳다고 주장해왔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선주성님이 내 뜻에 동조를 표해왔지만
서울마라톤 사대천왕 신동희님은 다리가 세 개이닌까 세발낙지라고 웃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앞에 앉아 있던 이팔갑님은 어느 주장이 맞는지 헤매는 듯 했고
코리언울트라런너스 이용식님은
세발낙지에 대한 심오한 두 학설에 대해 슬슬 내기를 부추켜왔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세발낙지"에 대한 이 격론(激論)을 서울마라톤 만남의 광장에 올려서
그 뜻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의 답변을 들어보고
틀리게 주장했던 사람이 10만원을 내놓기로 했다.

5. 세발낙지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달고 생맥주나 배터지게 마십시다.

자! 전국의 넷마님들이시어, 세발낙지에 대해 자세하고 정확하게 뜻을 알고 있는 분이라면
이 글 밑에 리플을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또한 보통낙지에 비해 다리가 가늘기 때문에 "세발낙지"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면
제가 쓴 이 글에 추천을 해주십시오.

그러면 그 10만원을 가지고 뭐 할 것냐고요?
그거야 그 동안 서로의 격론으로 목이 탔으닌께 처갓집에서 생맥주를 마셔야죠!
누구든 함께 동석할 수 있는데, 조건이 있습니다.
최소 3000cc 이상의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사람만
그 자리에 업저버로 참석할 수 있다는 조항을 김진사 어른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럴 자신이 있으신 분은 이번 주 금요일날 저녁 8시까지 꼭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업저버로 왔다가, 당일날 그 자리에서 3000cc를 못 마실 경우, 어떻게 되냐고요?
당연히 그 사람이 그날 생맥주 값 전체를 내야 합니다.

송파세상 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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