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광장에서 만난 사람들(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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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병선 작성일02-06-15 11:14 조회65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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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만남의 광장을
들락거리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달리기뿐만 아니라
일상의 여러 일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달리고 때로 마시며
함께 울고 웃으면서
슬픔과 외로움은 서로 나누고
기쁨과 즐거움은 보탰다.
외로울 때는 친구를 사귀지 말고
배고플 때는 장에 가지 말란
옛말이 있긴 하지만
그러나 어찌하랴!
어지러운 세상에서
중년의 하오를 지나는 동안
휑한 가슴을 파고드는
알 수 없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친구도 몇 사귀었다.
어차피 우리는
마라톤 도반(道伴)이 아니던가!
이제 기억의 편린을 더듬어
그 아름답고 귀한 만남을
나름대로 적어두려 함이니.
그 순서는 아무 의미를
가지지 못함을 미리 밝혀 둔다.
1. 주성진인(走聖眞人) 박영석 회장님
풀뿌리 마라톤계의 종가, 한양문(漢陽門)의 장문인(掌門人),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주림(走林)을 이끄신다.
오십이 넘어 마라톤에 입문하신 이래 이론과 실전에 관한 연구를 잠시도 쉬지 않으셨다.
칠순을 넘긴 나이인데도 체조선수를 방불케 하는 몸매를 유지하시며
매일 달리기공력배양을 게을리 하지 않으신다.
풀뿌리 마라톤계의 영원한 표상이시다.
2. 주림화편(走林華偏) 이동윤 원장님
주의회(走醫會:달리는 의사모임)의 회주(會主), 주로순찰(Race Patrol)과 같은 봉사활동을 통해서 혹은 실제 달리기 생활을 통해서 체득한 마라톤의 생리, 병리현상을 연구하여 진료에 적용하시고 주림의 구급대 역활을 자임하시니 우리 마라톤 도반들에게는 전설상의 명의인 화타와 편작을 섞어 놓은 듯 한 분이다. 달리기 공력도 만만치가 않다.
항상 긍정적으로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이 뵙기가 좋다.
형님하며 다가가 가끔은 괜한 떼를 쓰고 싶기도 한 사람이다.
술과 사람을 좋아하시어 잠원동 처가집에서 자리를 같이 할 때면
가끔 오밤중에 댁으로 초대받는 행운을 누릴 때도 있다.
사모님께서도 절대로 귀찮은 내색을 하지 않으신다.
원장님! 저희들 간 뒤에 부부싸움 하시는 거 아니시죠?
3. 엽기대협(獵奇大俠) 허창수님
샘 솟듯 튀어나오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
끝없는 재담과 해학은 만남의 광장을 윤택하게 하고
뭇 사람들을 항상 즐겁게 한다.
주 무공은 주림의 초절정고수도 긴장하는 엽기주법이다.
달리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몸매를 가졌는데 여러 차례 풀코스를 완주했으며
63KM 울트라도 완주한 바 있다.
그 와는 지난 연말 딱 한번 만나 술잔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여리지만 비단결 같은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임을 느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후천성독주기피증(後天性毒酒忌避症)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어 맥주만을 마셔야 한다는 점이다. 한 일주일 시간을 주면 완치시킬 수 있는데 기회가 닿지 않음을 통탄한다.
이 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순한 눈을 끔벅이고 있을까?
4. 포청광마(捕廳狂馬) 최동선님
경찰간부이시면 근무시간이 일정치 않은데도 마라톤에 대한 열정은 가히 주림 최고라 해도 토를 달 사람은 없을 터.
한양문의 분파(分派)인 만복회(滿腹會 ;BB클럽)의 회주(會主)이시며 백회문(百會門;100회마라톤)에서도 좌장(座長)의 반열에 계시고 포청주회(捕廳走會:경찰달리기모임)의 회주이시며 학사장교파(ROTC 마라톤)의 수장이시며... 한양문의 대형(大兄)이기도 한 풀뿌리 마라톤계에서 이 분을 모르면 간첩이거나 그 비슷한 사람일 게다.
짜안한 감동을 안겨주는 진솔하고도 담백한 완주기와 글은 주림의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웃겼다.
주 무공은 극기주(克己走)로 아무도 못 말리는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이다.
요즈음 좀 뜸 하신데 부상이 도지셨나 걱정이 태산이다.
5. 풍류만복(風流滿腹) 김재남님
진사시를 패스하고 얻었는지 매관매직할 때 슬며시 얻었는지 모르지만 진사어른이라는 별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돌쇠라는 망칙한 별호를 아울러 갖고 있는 주림 최고의 풍류남아다.
준수한 용모와 넉넉한 배에서 우러나는 인간미 깊은 유머는 단연 압권이다. 자칭 문학중년이라 하여 시에 심취해 있기도 한 다정다감한 사람이다. 좀 더 공부하고 글을 다듬으면 오매불망 그리던 신춘문예 당선과 등단(登壇)이 그의 호언(豪言)만은 아닐 듯하다.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沙平驛)에서"라는 시를 평소 애송하나니 이를 옮겨 본다.
간만에 좋은 시 한 수 감상하며 바쁜 일상 사느라 찌든 마음의 때를 벗겨내 보자.
사평역(沙平驛)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주 무공은 언제나 후일을 도모하기 위한 도중승차술(途中乘車術)과 넉넉한 배에 한번 워터로딩하면 사흘을 무급수로 달릴 수 있다는 낙타저수공(駱駝貯水功)인 바, 주림 고수들에게도 경계의 대상이다.
최근에 어부인께서 병마와 투쟁하고 있어 주림 제현들의 걱정이 많다. 엊그저께 만났는데 평소 그 와는 달리 꺼칠한 얼굴에 처진 어깨, 그리고 힘없는 목소리가 어찌나 처연한 지 눈물을 참느라 혼이 난 기억이 있다.
그러나 풍류만복이시여!
하늘이 한번 맺은 인연은 병마 아니라 그 어떤 것도 함부로 거두지 못하나니 부디 힘내시기를.....
6.취중천국(醉中天國) 양경석님
산자수명(山紫水明)한 문경출신의 율사이시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긴 논리 정연한 변론과 주장은 주림 제현의 감탄을 자아낸다.
동안(童顔)에 항상 살포시 내려 깐 눈은 참이슬 2홉에 이미 젖어 있는 듯하다. 주 무공은 취중주(醉中走)로 이미 주림에 널리 알려져 있고 취중주로 천국을 자유자재 왕래하는 그 경지는 주림의 고수들에게도 경외의 대상이 되어 있다.
취중에도 결코 흐트러짐이 없는 그의 보법(步法)과 심법(心法)이 부럽다. 거사계까지 받을 정도의 독실한 불교도이기도 하시다.
언제 술 한잔하시고 천국으로 취중주 하실 때 저도 데려가 주세요!
예!
꼭이요!
(이글은 계속이어집니다. 제 기억이 닿는 데까지는...
혹시 (1)편에 빠졌다고 삐지시는 분 없기를 바랍니다.)
모닝스타 정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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