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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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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창수 작성일03-01-14 18:06 조회6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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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는 3일 뺀 33개월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했습니다.
감히 36년을 보내신 장군님과 같이 ‘전역’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니 좀 쑥수럽습니다.
‘전역’이라는 표현 대신 ‘제대’했습니다.
‘제대’도 그렇네요.
장군님의 제대가 진짜 제대지, 33개월 제대가 어디 제대 축에나 끼겠습니다.
‘제대’도 과분합니다.
그렇다고 ‘소집해제’는 6방이나 모진사님에 해당 되는 것이라 같이 쓰기가 좀 그렇고, 우리 때 사용하던 말 ‘고향 앞으로’가 제일 무난한 표현인 듯 합니다.

40중반을 넘긴 나이인데도 어린 시절 33개월을 보낸 그 시절이 가장 그립습니다.
제 인생의 중간 정거장 아니 이정표 같습니다.
모든 인생살이기준을 ‘군생활을 한 지 몇 년째’ 하는 식으로 계산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죠.
그러고 보니 올해가 제대한지 22년이 되는 해가 되었습니다.
바로 엊그제 제대한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지났네요.
22년 동안 뭘 했는지는 잘 생각이 안 나지만, 22년 전에 군생활한 것은 확실히 생각납니다.
입대할 때, 훈련소, 자대 신병 교육대, 자대 배치, rct, att, 100키로 행군, 유격, 혹한기 훈련, 방카작업, 땟장작업, 오삽, 반합, 내부검렬, 건빵, 오곡밥, 야삽, 야전 곡괭이, 선착순, 진지투입, 오분대기조, 워카, 조인트, 포복, 피티체조, 식판, 화생방, 각개전투, 피알아이, 제설작업, 60트럭, 앉아라, 소대회식, 기지개, 산악구보, 도피및 탈출, 구보, 정신교육, 멸공의 노래, 진짜 사나이, 고향의 봄 등등등...
그야말로 3일 뺀 33개월 동안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다 온 그 어린시절은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가끔씩 이상한 꿈을 꿀 때도 있습니다.
‘어, 나 분명히 제대했는데. 왜, 군대에 또 들어 온거야, 사람 살려~’
거의 식은땀 나는 악몽이지요.

제대할 때 다시는 이 철원 땅에 안 온다며 출발하는 버스 창 밖으로 침 뱉고 오줌싸며 떠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해마다 찾아 갑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가장 영혼이 순수했던 시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생활에 찌들고 힘들고 할 때면 어린시절 군생활을 했던 철원을 찾아 갑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순수했던 시절, 그 때의 영혼이 여기저기 묻어있는 곳이 바로 철원이기 때문입니다.

군이라는 곳은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있는 것이라지만, 제가 볼 때에는 자신을 돌이켜 보고 또 자신을 깨끗하게 닦는 곳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어쩌면 자신부터 깨끗해야 나라와 국민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였튼 군은 마음의 수련장소로 봅니다.

많은 것이 우리보다 우월한 일본입니다. 그런 일본이 우리나라를 보며 부러워하는 것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우리의 군대라고 합니다. 우리의 군사력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젊은이들이 마음의 수련을 할 수 있는 군대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부 천박한 인간들이 군에 안 가려고 또 자기 자식들을 군에 안 보내려고 별의별 꽁수를 다 쓰고 있습니다. 이는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운 아주 추잡한 영혼이 진정한 군을 바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군은 먼저 자신의 영혼을 깨끗하게 하는 곳입니다. 그 다음 남는 깨끗한 힘으로 나라와 백성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깨끗하지 못한 영혼이 어떻게 나라와 백성을 지키겠습니까.

군에 안 갔다 온 이모모 형제들과 군미필 30대 40대 분들께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앞으로 살 날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2개월 더 단축한다고 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어서 자진입대하시기 바랍니다. 남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리고 얻는 것이 더 많습니다. 어서 택시타고 병무청으로 달려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 마디 하세요. '저~ 받아주세요, 돈 드릴께요, 네~'

한 인생의 젊음이 아니라 한 평생을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기꺼이 군에 바치시고 전역하시는 전인구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멋지십니다.

경례 받으십시요.

‘필~ 승!’


hur. 허창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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