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임마! 너! "야전전축점유무단이탈미수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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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현 작성일03-02-03 13:57 조회71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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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서울로 오입간 녀석이 있었다.
(당시,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는 것을 오입이라 했음.)
같은 시골이지만 학교가 있는 우리동네보다 더 깊은 산골에 살다
서울로 오입간 녀석이 머리를 장발로 기르고 삐까번쩍!
세련되게 차려입고 갑자기 찾아와 하루밤을 재워달라고해
별 의심 없이 저녁도 같이 먹고, 삼학소주 한됫병을 마시며
서울생활을 적당히 뻥을 썩어 침튀기며 하는 이야기를 솔깃하게 들었다.
만일, 서울에 올 생각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녀석의 달콤한 말에
홀깃해서 연락처도 적어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먼저 일어나 학교를 가며
어머님께 녀석을 아침 먹여서 보냈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드린후
등교해, 1교시를 마치고.. 2교시 수업을 하러 들어오신 선생님이
어머님께서 집에 급한 일이 있다고 전화가 왔다면서
빨리가보라고 말씀을 하셔 친구들과 같이 집에 와보니...
간밤을 같이 지낸 녀석이 작은형님이 1971년 월남전에 참전하여
귀국할때 가지고 온 일제야전전축(크라운)을 가지고 간 것이었다.
즉, 녀석이 "야전전축점유무단이탈"을 시도한 것이다.
그때 작은형이 귀국선을 타고 가지고 온 귀국박스속엔
정글복. 정글화. 메기머리같이 반질반질한 미제워커.
씨레이션. 양담배. 비스켓. 느끼한 과자. 비상약품 등.등.
귀한 물건을 많이 가지고 왔는데....
그중 재산목록 1호의 가치를 지닌
야전전축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즉, 곧, 나에겐 바로 죽음으로 연결될수도 있는
엄청나고, 크나큰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나는 녀석이 "야전전축점유무단이탈"을 성공리 마치기 위해
우선 우리마을을 안전하게 빠져나가기 위한 행동으로는..
바로 버스종점에 가서 승차를 하지 않고 도보로 벗어나
어느 중간지점에서 승차할 것을 예상하여...
친구들과 버스종점으로 달려가 가장 이용 확율이
큰 방향은 내가 버스를 타고 추적하기로 하고
나머지 3개 방향의 버스는 친구들에게 부탁을 하고
버스 앞자리 엔진번네트위에 앉아서 마을 어귀 고개를 지나
두번째 고개를 넘기위해 오르막길을 가는데
녀석이 책보에 야전전축을 곱게 싸서 들고
내가 탄 줄도 모르고 손을 흔들어 버스를 세우는 것이 아닌가?
녀석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반갑기도 하고..
더욱 더 반가운것은 얌전하게 책보에 싸여져 들고 있는
야전전축을 보는 순간 찾았다는 안도감과
녀석에게 속은 것에 대한이 분함이 교차하며
두 주먹을 움켜쥐고 말았다.
녀석의 손짓으로 버스가 정지하면서 길가에서 녀석은
이제 마을을 벗어난다는 안도감에 폼을 잡고 서 있고...
드디어 버스문이 열리면서 내가 내리니 녀석은 그야말로
똥씹은 얼굴을 하고 먼지나는 신작로에 얼어붙은 듯 서있었다.
버스에 내린 나는 멱살을 잡은 후 버스를 보내고
야전전축을 회수하고 녀석에게 서너번쯤 주먹을 날린후
"야전전축점유무단이탈"의 댓가를 응징하기 위해 파출소로 갈까하다.
그래도 녀석이 친구인지라 몇 마디 훈계로 대신하고 헤어진후
집으로 돌아와 보니 다시 한번 녀석의 행적이
나를 실망시키고 있었다.
옷속에 넣어둔 얼마간의 돈까지 챙겨 가지고 것이다.
녀석을 끌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도 하였으나
어찌하랴! 잊어버리기로 하였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작은형이 목숨을 담보로 장만한 것을
잃어먹은 죄(?)과로 죽도록 얻어터지지 않아 천만다행이었고
또한, 시골에서 구경하기도 힘든 스피커를 폼나게 분리해놓고
양쪽에서 쿵쾅! 쿵쾅! 흘러나오는 죽이는 스테레오 음향!
오아시스 레코드판을 올려놓고
벤췌스악단이 신나게 긁어대고 두둘기는 트위스트에 맞쳐
다이야몬드스텝을 밟고 개다리춤을 추며...
"헤이! 몽키몽키!!!" "썰핀유에쎄이!!!"
나훈아의 "해변의 여인" "머나먼 고향" "고향역"
오기택의 "영등포의 밤" "고향무정"을 계속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야전전축점유무단이탈미수범"된 녀석은
그이후 한번도 본일이 없고 더우기 40대를 넘기도록
소식조차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몇칠전 50대가 되어
나의 헨드폰에서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삘릴리...." "삘릴리...."
"아! 여보세요.
"야! 나야? 나! 몰라 임마!"
"아! 누구시다고요?"
"야! 나야! 나 몰라! 임마!"
"응! 가만히 있자! 너 임마!!!!"
"허허허!" 녀석이 50대의 넉넉한 음성으로 너털스레 웃는다.
"나야 임마! 그때......히히"
"너..... 임마! 너! 그때.. "야전전축점유무단이탈미수범" 아냐!"
"그래 임마!"
"어! 근데 너! 임마! 어떻게 내 핸드폰번호를......."
"응! 실은 말이야!
"내가 하고 있는 사업때문에 시골에 내려왔는데..."
"너의 핸드폰 번호를 시골친구에게 알았지....."
"그래.... 암튼 반갑다.." 그런데 너 손 씻었냐! ㅎㅎ"
"야! 그나저나! 너! 잠실에 산다며...."
"그래 임마! 나... 잠실사는데.... 넌 어디사냐?"
"어! 나도 잠실부근이야!
"야! 시골서 몇칠 일보고 올가면 그때 소주한잔 하자.!"
"야! 임마! 그런데 우리집엔 너 못간다. 임마!"
"허허허 야! 그 애긴 그만하자!!!!"
"그래 너! 올라오면 전화해 소주한잔 하자..."
그리곤 반가운 마음에 녀석의 연락처도 물어보지 못하고
전화를 끊고 말았다.
녀석이 나를 잊지않고 전화해준 것이 고맙기까지 하다.
흠.... 그래.... 녀석을 만나면.....
그때 옷속에 슬쩍해간
"현금무단점유소지죄"를 소주로 계산해 회수해봐.......
어!!! 근데 몇칠이 지났는데 녀석에게 전화가 안온다.
시골로 확인해보니 녀석은 일잘 마치고
그랜져 승용차를 몰고 올라갔다고 한다.
아마 바빠서 전화 못하고 있겠지......
수일내로 연락오겠지......
그나저나 녀석을 만나면 30여년이 훌쩍 넘어버린
"현금무단점유소지죄"를 어찌 응징해야 할지????
녀석이 만일, 자백을 한다면 소주로 면죄부를 줄까나....
녀석이 자백을 하지 않는다면 소주로 고문하고..
이자를 붙혀서...
그러다보면.. 또!!! 1차! 2차!
어짜피 녀석을 만나면 술판으로 끝을 볼것 같다.
그런데 이놈이.. 오늘도 연락을 안하고 있다.
서울로 올라오면서 마음이 변했나.....
오늘같이 겨울비가 구죽죽하게 오는 날이
딱! 제격인데....
임마! 내 맘 변하기전에 빨리 전화혀!!! ^^
2003. 01. 17 천/달/사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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