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풀코스 첫 도전 완주기(춘천마라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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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영재 작성일04-10-26 12:16 조회64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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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풀코스 첫 도전 완주기
제가 달리기를 시작한지 어언 4년
2000년도 춘천에서 10km를 간신히 완주하고, 2001년도 동아대회에 호기롭게 풀코스를
덜컥 신청하는 만용을 부리던 때까 눈에 선함니다.
그로부터 풀코스. 하프코스. 급기야 울트라까지를 달리게 되었지만, 제 의지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은 아내의 달리기 입문이었습니다.
아내는 피부가 다소(?) 검은 편입니다.
그리하여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특히 하루종일 강렬한 햇볕에 노출시켜 노상에서 달리는 것을 극구 싫어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검은 피부는 한 겨울이 지나가야 조금 하얘진다나요.
2004년도부터 광화문마라톤 모임의 페이싱팀 일원이 되면서 주말이면 집을 비우는
횟수가 점점 많아짐에 따라 아내의 불만은 높아가고, 가정에서의 입지가 점점 좁아져
가는 위기의식을 느꼈습니다.
이런 위기의식에서 탈출하고자 나와 아내의 취미를 접목시켜 보는 것 이었습니다.
아내는 그 동안 계속 에어로빅을 하고 있었고, 또한 제가 달리기에 심취하기 전에는
산에도 장거리. 단거리를 가리지 않고 제법 잘 다녔었기에....
온갖 물량공세(비싼 신발. 스포츠브라. 츄리닝 등)와 회유,
그리고 협박(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사람인 남편의 소원도 못들어 주느냐고?)을 수차례.....
마침내 경치가 좋은 춘천에서 딱 한번만 뛴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사실 춘천에서 달리고 나면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는 재미가 또 있지요.
더 나아가 2005년 서울마라톤에서 부부 완주상도 한번 받자고 계속 설득하였지요.
그런데 서울마라톤 참가는 망설이고 있습니다.
제 자신의 훈련을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제가 옆에 있지 않으면 혼자서는 달리기를 절대 하지 않으니까요.
또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겨울에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래도 풀뿌리 마라톤의 원조 서울마라톤에서 부부 완주상을 받아야 할 텐데...
온갖 회유와 설득으로 아내는 6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하였습니다.
10월 춘마 이전까지 달리기 훈련 기록은 정말 미미합니다.
6월 : 30km(10km 3회)
7월 : 122km(반달 하프 2회, 10-15km 6회, 아차용마산 1회)
8월 : 106km(반달 하프 1회, 10-15km 5회, 설악 공룡능선 1회)
9월 : 73km(15-17km 5회)
10월 : 73km(30km 1회, 10-20km 3회)
결정적인 것은 제가 충주호 100마일런 대회에 참가하느라 춘마 2주전부터 한번도
달리기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더군다나 충주호 100마일런의 후유증으로 제가 함께 옆에서 달려주면서 용기와 격려,
넋두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사실이 아내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였을 것 입니다.
비록 저는 춘마대회에 참가하지 못하지만 아내의 달리기 응원을 위하여 춘천에 함께
도착하여, 작년에 먹었던 식당에서 된장찌게를 먹고...
배번을 부착하여 주고, 살갗이 겹치는 부분에 바세린을 듬뿍 바르게 하여주고....
호주머니에 파워젤 2개를 넣어주면서 먹는 위치를 알려주고....
매 급수대에서 물을 조금씩 마실 것과 간식도 먹을 것을 당부하면서....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아내도 긴장이 되나 봅니다.
어깨와 목, 등을 맛사지 하여 주고 다리도 주물러 줍니다.
당신은 충분히 달릴 수 있다고.....당신은 훌륭하게 완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계속 아내의 달리기 위치인 "J" 그룹에서 서성이며 아내에게 안심을 시켜주었습니다.
초반에는 힘이 있으니 4:20 페이스메이커를 따르다 쳐지게 되면 4:40 페이스메이커를
따르면 된다는 전략을 말하며 아내의 이마에 키스를 하며 마지막 힘을 불어 넣어주고
운동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드디어 A 그룹부터 출발하여 아내의 J 그룹, 마지막 N 그룹까지 운동장을 빠져 나가니
정말 막막하였습니다. 거의 5시간을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그동안 달리기만 하였지.... 달리는 사람을 기다려 본 일이 없었기에....
그동안 아내는 제가 달리기 하는 동안 지루하게 많이 기다렸답니다.
직4문 위쪽의 양지바른 스탠드로 올라가 베낭을 베게삼아 드러누웠습니다.
좋지않은 발은 약간 높여주고, 햇빛은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2시간 넘게 잤나 봅니다.
엘리트 선수들이 들어오고, 곧이어 아마추어 SUB-3주자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드디어 우리의 호프 윤왕용 SBU-3 페이스메이커가 무리를 이끌고 들어오고...
콧잔등이 찡하더군요. 많은 부담을 떨쳐버리고 페메에 성공한 윤부코디가 대단했구요.
비록 아내가 들어올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만,
운동장으로 들어오는 아내가 잘 보이는 좋은 자리에서 응원하기 위하여
운동장 밖으로 나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핸드폰을 보니 아내의 첫 관문(20km) 통과시간이 문자메세지로 들어왔습니다.
20km 통과시간이 2:02:46. 기록이 좋게 나왔더군요.
평소 연습때는 2시간 5분 정도였는데.....
30km 통과시간이 3:11:06으로 나오니 다소 안심이 되었습니다.
서서히 조금은 안도가 되었습니다. 혼자서도 30km를 통과하였구나....
출발 전에는 힘들면 회수차를 탄다고 하더니 그래도 30km까지 달렸으니 이제는 완주가
가능하겠구나 하고 믿음을 더욱 굳게 가져본다.
드디어 처음에 위치한 4:20 페이스메이커가 지나갔음에도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N 그룹의 4:40 페이스 메이커가 들어와도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불안의 그림자가 스물스물 드리워집니다.
불안도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아마도 남편을 찾으려는 듯이...)
아내가 정문을 통과하여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 이 기쁨, 드디어 아내가 혼자서 완주를 하였구나.
"최영심", "최영심" 두번의 외침에 얼굴을 마주치고....
"축하해" 하는 소리를 뒤로하고 아내는 계속 골인지점으로 달려갑니다.
"4:40:59"에 완주하였다는 스피드 칩의 완주 메세지가 들어오고....
저도 절룩거리는 걸음으로 칩 반납장소로 달려가니 아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벌써 반납을 끝내고 아침에 모였던 장소에 있다는 것 입니다.
잠시후 아내를 만나서 아내에게 축하의 키스를 하여주고....
대단한 아내의 의지와 끈기에 놀래며 축하를 수차례 하여 주었습니다.
"대단하다. 최영심"
집에 돌아와 풀코스 완주자의 성공을 축하하며 노고에 대한 위로를
정성을 다한 냉찜질과 맛사지 써비스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춘천에서의 첫번째 풀코스 완주를 이루었으니
앞으로 더 달리기를 계속 할 수 있으려면 좋으련만.....
또 어떤 방법을 써야 아내가 계속 달리기를 할 수 있을까?
아내여!
사랑의 달리기를 계속 함께 하십시다.
우리 부부의 더 나은 영원한 사랑과 행복과 건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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