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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시인에게 보내는 완주 편지,몽골 고비 사막 울트라 355km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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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복진 작성일13-07-25 11:39 조회6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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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시인에게 보내는 완주 편지, 몽골 고비 울트라 355km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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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시인에게 보내는 완주 편지,몽골 고비 울트라 355km (6)



K  시인아,



현자들은 말한다.
앞만 보지 말고 뒤도 돌아보며 살라고... 나무만 보지 말고 숲도 보며 살라고..
그러나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거의 모든 내 또래들이 그래왔듯 정말 우리는 지금까지 앞만 보고 살았다
숲을 보는 여유로움없이 그저 한 발짝 앞, 바로 코 앞에 서있는 나무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시간에 뒤몰리었고 가야할 장소에 내몰렸다. 그렇게 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아일랜드를 여행 중, 어느 시인의 무덤 비석에 이렇게 씌여있는 것을 기억한다.
" 내 이렇게 살다 언젠가는 이렇게 죽을 줄 알았지 ".
그렇지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죽겠지.  내 존재가 없어지겠지.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겠지.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마라톤을 하면 앞을 보고 달린다
경우에 따라서 기록이나 순위를 의식한 주자는 후속 주자를 살피러 뒤를 보지만
나같은 경우, 전적으로 앞만 보고 달린다. 즉 기록도 순위도 나와는 상관이 없다


그런데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는 마라톤을 하면
내 머리 속 거의 모든 생각은 미래보다는 과거로의 회귀를 한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게된다. 앞 옆 좌우를 살피며 생각의 늪으로 빠진다
몸은 직선 도로를 달리는데... 생각은 직선이 아니다.  거 참 이상하다.

그리고 그 생각의 물줄기는
마라톤 코스가 험할수록, 지리하고 단순할수록 여러 골을 이루며 잘도 흘러간다

K 시인아 !

이렇게 마라톤을 하면서 뒤를 돌아보게 되는 경우,
그 경우는 짧은 마라톤 코스보다는 긴 장거리, 아주 먼 초 장거리
아주 힘든 울트라 마라톤의 경우 더 생각의 깊이가 있다
주로 기쁨이나 환희의 순간보다는 아쉬움이나 회환의 순간이 내 생각의 늪에서 더 활동적이다

지금은 나의 친구 생각이다.


한 때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내 친한 친구,
돈을 차용해간 이후 지난 15 여 년간 그는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우리 둘 사이의 매 순간, 매일 매일의 웃음, 환희, 언제나 샘솟던 무궁무진했던
대화는 이제 더 이상 이 지구상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네가 시력을 잃으면 당연히 내 눈을 빼서줘야되고
네가 청력을 잃으면 당연히 내 귀를 떼버리고 너와 수화로 동질의 삶을 이어가야된다고 생각했던 친구,
네가 벼랑에서 떨어질 때 내가 너를 보듬아 안고 굴러 너를 구하는 꿈을 몇 번 이나 꾸었던가?
내가 좋은 음악을 알았을 때 그 CD 를 들고 한 밤중에 달려가 너를 불러내 골목에서 차 오디오에 꽂아 들려주며
너의 기쁨을 바라보던 내 기쁨은 또 얼마나 컸던고?

친구에게 돈 빌려주면 친구 잃고 돈 잃는다는 아내의 말에,
내 재산의 반을 그냥 줘도 아깝지 않은 친구이니 가만히 있으라고 오히려 아내를 힐책했던 내가,
이렇게 그 돈의 액수에 대해, 그 사실 존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는 나약함은 또 무엇인가?
그 동안의 내 우정은 위선이었는가?  

그늘막 한 군데 없는, 팍팍한 모래 사막을 지금 다섯 시간 째 달리면서
앞을 바라보고 달리면서 왜 자꾸 뒤를 돌아보는, 뒷 것에 집착하는 나는 절대로 좋은
러너가 될 수 없는가?

K 시인아 !

앞은 아직도 요지부동 가물 가물 지평선 뿐이다. 더 가야한다. 빨리 가야한다.
그러나 생각이 예까지 미치자 나는 달리는 동력을 잃었다
그리고 무릎을 접고, 고개를 떨쿠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내 속물 속성에 대해 참회를 시도했다,
지금 이 순간도 씻기지 않는 회환을 두고 나의 나약함에 대한 두려움에 눈물을 글썽였다

오, 제발 !
사막의 여신이여 !  몽골 초원의 지신이여 !
당신의 위대함으로 내 속물을 씻겨주소서 !

나는 가만, 가만, 친구와의 우정 복원에 대한 간절함을 입술 안으로 읊조리며
몽골 고비 사막 울트라 마라톤 355km 남은 거리를 좁히려 멈췄던 뜀을 재개했다

친구여 ! 친구여 ! 를 부르며 울다 웃고 웃다 울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저기 저 먼 곳 지평선에서 날 향해 손들고 있는 그 친구의 미라쥐를 향해 나아갔다


춘포
박복진

대한민국 울트라 마라톤 그랜드 슬래머
대한민국 장구 잡이
대한민국 뜀꾼 신발 faab  마라톤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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