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冬安居)[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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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번석 작성일14-12-09 05:52 조회663회 댓글3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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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코스는 다양해야 한다. 언덕훈련을 할 때는 북한산의 무수골 골짜기를 거슬러 달려가 절이 있는 곳에서 바가지 물을 마신다. 화강암 바위틈에서 나온 생수는 배 속이 굴풋할 때 마시면 달다. 상퇴의 통증도 물과 같이 꿀꺽인다. 중은 아니지만 절 가까이에서 나를 내려놓고 도(道)를 닦는다.
동안거(冬安居)는 음력 시월 열닷세부터 이듬해 정월 보름날까지 일정한 곳에 중들이 살며 수도하는 기간이다. 침묵과 묵상의 기간이다. 동토(凍土)의 땅 빈 들, 빈 벌판, 빈 숲, 빈 하늘, 빈 주로에 빈손으로 선다. 절에서는 중이 되려면 오욕(五慾)을 버려야 한다고 하는데 동안거동안 나를 버리고 내려놓자고 다짐한다.
부처님 말씀 중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구절이 있다면 화엄경에 나오는 이보현행오보리(以普賢行悟菩提)라는 구절이다. 보현행으로 깨달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보현행은 실천행을 으뜸으로 수행하는 보현보살의 원력을 의미한다. 이웃을 널리 이롭게 하는 행위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게 내 생각이다.
빈 손으로 달리는 것은 수행이며 도(道)이다. 달리기를 처음할 때는 육체적 고통이 따르지만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분노와 미움이 줄어들고, 깊은 명상에 잠기기도하고, 마음이 가벼워진다(고수급) 달리기는 의미 있는 일을 위해 삶의 에너지를 쏟아붓고 내 몸을 태우는 일이기도 하다. 초를 태워 빛을 내고,향을 태워 향내를 풍기는 것처럼 몸을 한계점에 이르게하고 바닥을 경험하므로 웬만한 좌절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래서 일가? 혜성스님 범문중 귀에 솔깃한 문구가 있다. 승리가 좋다지만 원한을 가져오고, 패한 자 괴로워서 오늘도 누워 있다. 이기고 지는 마음 영원히 녹아지면, 다툼은 없어지고 저절로 편해지리 라고 하신다. 기록경기인 마라톤에서 시침(時針)의 날카로움에 흠칫 놀라 둔탁해진 두 발에 침울해 한다. 시계 바늘 시침에 매달린 나를 일깨워 준다.
달리기의 핵심은 혼자 임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이다. 인간은 흔히 사회적 동물이라 한다. 마라톤은 사회생활과 밀점한 관계가 있으며 연관선상에 있다. 콘센트에 플러그가 연결되어야 전자제품인 티이브이가 작동되는 것처럼 끝없이 타인과 연결되기를 갈망하고 연결이 확인되지 않을 때 불안과 공허에 빠지는 것을 흔히"관계중독"이라 한다.
사람을 사랑하고 인간관계를 좋아하지만 아무도 없는 자신만의 시공을 불안과 공허감 없이 잘 견뎌내는가? 혼자임을 견딜 줄 아는 능력을 정신의학자들은 중요한 성숙의 기준이 된다고 조언한다. 역설적이게도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혼자의 시간을 고통스러워 하기보다 즐길 수 있는 사람만이 제대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고 정신분석가들은 말한다.
무소유의 계절에 동토(凍土)에 홀로 선다. 빈 나무와 교감을 나누며 달리지 않으면 누가 빈 주로를 채울것인가(?) 동안거(冬安居)를 통해 나를 내려놓고, 추스르며, 부족함을 채우고 스스로를 갖춰 다가오는 새 해를 더욱 충만하게 맞이하겠다는 다짐이 문신처럼 가슴에 박힌다.
댓글목록
이혜준님의 댓글
이혜준 작성일북한산이지요? 멋집니다!
강번석님의 댓글
강번석 작성일
이혜준님 반갑습니다.
산 꼭대기만 보고도 북한산을 아시는군요
성큼 다가온 년말 마무리 잘 하시고 보람된 나날 되세요.
이혜준님의 댓글
이혜준 작성일강선생님, 좋은글과 멋진사진 덕담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