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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딸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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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명덕 작성일12-12-21 09:24 조회5,969회 댓글10건

본문

지난 주 딸래미가 결혼을 했습니다. 
 
딸래미를 시집보내는데 준비해야 할일은 전부 엄마의 몫이지 남자의 역할은 없습니다.
살림살이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죠.
터의 무늬를 터 무늬라 하는데 아버지 터의 무늬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집에서 아버지의 존재가치가 별로 없는데 이번 기회에 무얼 하나 할까 고민하다가
시집가는 딸에게 아버지로서 편지를 하나 써서 결혼식장에서 읽어 볼까 하고 편지를 작성하였습니다.
태어 날 때부터 같이 지냈으니 편지를 쓸 기회가 없었는데 시집가는 딸래미한테 처음으로 쓰는 편지입니다.
쓰다 보니 A4 용지에 5장이나 되었습니다.
식장에서 읽기에는 너무 길다 싶어 줄여 3장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결혼식장에서 내가 딸래미를 위해 대금을 불어 줄 계획이 미리 잡혀있기 때문에
신부아버지 혼자 북치고 장구친다 싶어 사위될 친구에게 이 편지를 메일로 보내고
과연 결혼식장에서 이 편지를 읽어도 될지를 그 쪽 혼주와 상의 한번 해보라고 보냈습니다.
 
다음날 그 쪽 안 혼주가 우리 마누라와 만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만나니 역시 그 이야기였습니다.
축복받고 즐거워야 할 결혼식장에서 그 편지를 읽으면 그렇지 않아도 눈물 많은 딸년이 드레스
입고 펑펑 울면 결혼식장이 너무 침울한 분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양반은 가만이나 있으면 도우는 건데 괜한 일 해가지고 번잡스럽게 한다.”고 눈총을 주었습니다.
괜한 일 해가지고 본전도 못 찾았습니다.
그래서 결혼식장에서 마누라, 딸래미 몰래 계획한 편지낭독 거사 사건은 졸지에 수포로 돌아가고 이 편지는 폐백할 때 봉투에 봉해져 신혼여행에 가서 읽어보라고 주었습니다.
 
편지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딸아
오늘 이렇게 기쁜 날
한 남자의 아내로 다가서기 위해 신부석에 앉은 네 모습이 백합처럼 이쁘구나.
엄마, 아빠의 귀여운 딸로 태어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듯 자라 이렇게 결혼을 한다니
대견스럽고 장하다.
 
딸아
네가 태어난 날이 생각나는 구나.
서울 근교 어느 산부인과 병원 2층에서 넌 이 세상에 나왔다.
전치태반이라 한 시 수술이 바쁜 시급함도 모르고 아빠는 네 언니를 챙겨 병원에 도착하니 기다리다 못한 의사 선생님은 이미 수술을 마친 상태였다.
그동안 네 엄마는 당할 고통은 다 당하면서 아빠를 기다리다가 결국은 나를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의사선생님의 판단에 따라 수술을 하게 된 것이다.
엄마가 고통속에 너를 세상 밖으로 내 보냈을 때, 난 또 하나의 가족을 얻은 기쁨에 이 세상을 몽땅 얻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출산 후 내가 너를 처음 만나러 갔을 때 넌 감았던 눈을 뜨고 이 아빠를 초롱한 눈으로 바로 보았던 기억이 어제처럼 새롭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자란
너는
네가 소질을 보이던 분야로 전공을 잡아 학교를 다니면서 즐거운 학창시절의 추억을 만들어 나갔고 졸업을 해서 네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이제는 우리 부부의 품을 떠나 새로운 가정을 만들어 나간다니 기쁘기 그지없다.
 
딸아
아빠는 네 엄마를 만나 4남매를 낳아 키웠다.
내가 평생 학교에 있다 보니 남들처럼 번듯하게 입히고 먹여주지 못하고 너를 보내야 하는 내 마음이 무겁다.
그렇지만 너희 네 남매는 지금까지 숨소리를 듣고 살을 부비며 살아왔다.
다행스럽게도 너희는 다투는 일 없이 잘 커주었고, 서로를 보듬으며 길거리 음식이라도 챙겨 와서 나눠 먹었다.
그동안 잘 커줘서 고맙구나.
 
딸아
너는 네 엄마를 닮아라.
너희 엄마의 자식사랑을 본받고 가정에 대한 희생과 알뜰함을 본 받아라.
 
엄마
얼마나 정다운 단어인가?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아이가 아프면 십리 길도 달려가는 강인함이 있다.
 
너의 모든 것은 바로 엄마의 힘이다.
엄마는 비록 입지 못하고 먹지 못해도 너희들은 먹이고 입혔다.
그리고 공부시켰다.
엄마는 너희들이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고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어 안달이지만
엄마는 막상 자기를 위해서 상을 차리지는 않는다.
너는 네 엄마의 희생을 평생 새기고 살아라.
 
딸아
너도 엄마가 될 것이다.
누구나 여자는 될 수 있지만 아무나 엄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엄마는 아무리 힘들고 슬퍼도 울어서는 안 된다.
약한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
밖에서 속상한 일이 있어도 아이들 앞에선 바위같이 강해야 한다.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기둥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외롭고 지칠 때는 언제라도 안길 수 있는 넓은 가슴을 가져야 한다.
너는 네 엄마의 그런 강인한 모습을 닮아야 한다.
 
딸아
너는 이제 한 집의 며느리가 된다.
네가 원하는 사람을 만나 이렇게 경사스러운 혼사를 가질 수 있는것도
다 네 시부모님의 은덕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네 시부모님이 계셨으니 저렇게 번듯한 신랑을 만날 수 있었고
오늘 이렇게 행복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
맥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자나 깨나 근심걱정해 주시고 네 시부모님이 품안에 안아 주었기에 오늘 이런 근사한 결혼식에 너희들이 주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항상 시부모님에게 정성을 다해 모시도록 해라.
 
딸아
잘 살아야 한다.
좋은 음식 차려 먹고
우린 거친 음식을 먹어도 되지만
너희들은 고운 음식을 먹어야 하지 않느냐?
우린 이제 늙어 가는 것을
너희들에게 바라는 것 이라곤
오직 너희들이 무탈하게 커주기만을 바랄뿐이다.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우리의 소원이다.
 
이제부터 너는 지혜로운 며느리가 되어야 하고
슬기로운 아내가 되어야 하고
그리고 앞으로는 현명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최 서방이라고 불러야 겠다.
자네같이 후덕하고 늠름한 사람이 우리 부부의 사위가 된 것에 감사하네.
물론 오랜 시간을 같이 지냈으니 서로가 잘 알고 있으리라고 믿네만, 이제는 자네가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우리 딸과 더불어 이 세상을 헤치고 살아 나가야 하네.
부족함이 있는 것은 채워주고
모르는 것은 가르치면서
서로의 인생을 가꾸어 나가 주게나.
부탁하네.
 
딸아
그동안 네가 우리 부부의 딸로서 태어나줘서 고맙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우리에게 많은 기쁨을 주면서 가족으로 함께 같이 한 것이 행복했다.
네가 없는 우리 집이 휑할 것이다.
네가 머물렀던 자리에 눈길이 자주 갈 것이다.
그리고 네 체취를 그리워 할 것이다.
그러나 네가 네 시집의 며느리가 되었듯이, 최서방은 우리 집의 듬직한 사위가 되었다.
새 식구 하나 얻었으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눈물이 난다.
기쁨의 눈물일 것이다.
 
다시 한 번 당부하건데
시집가서 시집식구들 잘 모시고
남편 잘 섬기고
아이들 잘 키우며
예쁘게 살아라.
 
예쁜 우리 딸
화연아
엄마, 아빠는
너를
사랑한다.
 
 
 
2012년 12월 15일
아빠가.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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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장호님의 댓글

이장호 작성일

박교수님!
따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과년한 딸을 가진 저도 결혼식장을 다녀올 때 마다 딸 아이를 시집 보낼 때 어떤 기분일까? 생각을 해봅니다.
그럴 때 마다 딸 아이를 데리고 식장으로 들어가는 대목에서부터 코끝이 찡해오는 느낌에 생각을 접곤합니다.
이런 편지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단단하게 감정 코트롤이 되지 않고서는 아빠가 먼저 울어버릴 것 같은데......
아무튼 결혼하는 딸 아이에게 보내는 잔잔한 글 잘 읽었습니다.
결혼한 박교수님의 자녀의 가정에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박명덕님의 댓글

박명덕 댓글의 댓글 작성일

결혼식 끝나고 하객들 다 보낸뒤 집으로 돌아와서 딸 방에 들어가 방문 걸어 잠그고 아버지는 운다고 합니다.
결혼식장에서 천정쳐다보며 눈물흘리는 아버지의 모습도 인간적입니다.
아들 하나 얻었다고 생각하면 되긴 하지만 그것이 ....

황인호님의 댓글

황인호 작성일

저도 이거 보관해 놓아서....
참고할까 합니다....

이왕 이면 풀버전이었으면 하는데요??????....

교수님...
따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곧 손녀,손주님이 태어나,
 이 세상에 고고한 울음소리가 널리 퍼지겟지요....
 
저 역시
곧 떠나보낼 딸래미에게 무슨 말을 할지 걱정반,기대반 입니다...

다시한번
 따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박명덕님의 댓글

박명덕 댓글의 댓글 작성일

어제 딸애 신혼여행 갔다와서 집에서 재웠습니다. 
제가 장가가서 신혼여행 갔다오고 나서 장모가 깔아준 연두색 이불에서 잔 것이 어제 같은데

김웅종님의 댓글

김웅종 작성일

교수님
대한민국 딸래미들 모두 애비 맘 알게되겟지요.

이  수상록을 혼례식장에 올리려한  교수님의 용감무쌍.
갈채를 보냅니다.축하 축하 축하

박명덕님의 댓글

박명덕 댓글의 댓글 작성일

지금 생각하니 안 읽기를 잘한것 같습니다.
신혼여행지에서 이 편지 읽어보고 많이 울었다고 하는군요.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애경님의 댓글

이애경 작성일

가슴이 먹먹합니다. 참으로 아름다우세요~~가족분들
예...멋진 아드님 얻으셨으니 더욱 행복한 시간 되시겠네요.^^

박명덕님의 댓글

박명덕 댓글의 댓글 작성일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우리집에서 하루를 자고 그들은 자기들의 보금자리로 갔습니다. 옛날에는 친정아버지나 오빠가 신부를 시집까지 데려다 주었는데 신부를 남겨두고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고 신부들은 그렇게 울었다고 히는데....
자기 엄마가 바리바리 싸준 짐을 다 보냈습니다. 행주에 수세미까지. 어제 늦게까지 짐정리를 하던 딸래미가 자기엄마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 고마워"
공식적인것은 끝났고 이제부터는 A/S가 남은것 같습니다.

박복진님의 댓글

박복진 작성일

친애하는 박명덕님,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저는 여식이 없고 아들 하나 달랑있는데, 그 아들 혼사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만 결국 그 이야기를 다 못했습니다. 아들이 자기의 혼사 주례를 애비인 저에게 맡아서 직접 해달라고 했을 때 저는 이미 제 이야기를 다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리고 주례사도 2 분을 안 넘겼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아들이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멋지게 치룬 혼사에 박수를 보내드리며 아드님 내외의 영원한 행복을 기원드립니다. 언제 대금 한 번 들려주세요. 춘포 박복진

박명덕님의 댓글

박명덕 댓글의 댓글 작성일

요사이 신랑, 신부의 부모가 주례를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만.....  좋을것 같습니다.  누구보다도 그들을 잘 아는 사람이니까요. 부자간의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대금 6년차에 아직 바닥을 헤메고 있습니다만 같이 우리소리를 하는 국악관현악단과 같이 딸래미 결혼식에서 축하 연주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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