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의 LS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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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광호 작성일02-02-10 15:58 조회55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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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에 도착하니 6시 16분 경이었다.
벌써 30명 가까운 분들이 각양각색으로 몸들을 풀고 계셨다.
아무리 초심자라고는 하지만 해도 너무했다.
요즘에서야 나는 스트레칭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트레드밀을 올라 30분만 달린다고 해도, 스트레칭 없이 올라섰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특히 헬쓰장에서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자리가 나기 무섭게 충분한 스트레칭 없이 오르기 쉬운데,
이 때는 불과 5분도 되지않아 헉헉대게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하지만 충분히 몸을 풀고 오른 날은 한참을 달려도 전혀 호흡에 무리가 오지않고 여유있게 달릴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화장실을 한 번 더 들려 마무리를 하고, 얼른 몸풀기를 시작했다.
다섯부터 세고, 드디어 출발을 했다.
출발 전에 이명준장군의 당부말씀이 있었다.
'지난 주에는 너무 빨리 달린다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시합도 아니고 하니, 부디 천천히 달려주십시오...'
적이 안심이 되었다.
처음으로 30km LSD에 합류하여 달리는 실력으로 중도에 탈락하면 무슨 창피랴 싶었기 때문이다.
삼열 종대를 만들었다.
내 앞으로 첫 줄에는 임종근씨가 서시고, 바로 앞인 두 번째 줄에는 한국은행의 이영수님이 서셨다.
이영수님은 내 바로 위 매형과 한 직장에서 근무하셨다는 것을 알게되었었는데,
참 세상은 좁다는 것을 그 때 다시 한번 느꼈었다.
세 번째 줄에 끼어든 나는 어떻게든 끝까지 이 자리를 사수하리라 굳게 마음을 먹었다.
혼자서 달릴 때면 보통 3내지 4km 지점에서 처음 심호흡이 터져나오는데,
오늘은 무리속 이어서인지 별다른 육체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그 거리를 지나고 있다.
'타다, 타닥, 타닥, 타닥......'
말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데 잔잔한 발자국소리만이 새벽 한강변의 포도를 두드리며 퍼져가고 있다.
원앙새 서너 쌍이 물위를 유유자적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꼭 두 마리씩 짝을 지어, 각각 저만치에서 세월처럼 흐르고 있다.
어젯 밤에 티비에서 본 쎄느강이 떠올랐다.
에펠탑에서 내려다본 그 강은 아마도 한강의 절반 폭이나 될성 싶었다.
경관도 명성만큼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문득 두어달 전 토요일 오후에 만났던 외국인 한 사람도 생각났다.
자신을 비즈니스맨이라고 소개하고, 한국에는 자주 온다고 했다.
올 때마다 한강이 보이는 남산변의 호텔에 투숙을 하는데 이유는, 강변의 뷰(view)와 달리기라고 했다.
내가 만났던 날도 서로가 한참 달리기에 열중하는 중이었다.
그는 이 곳처럼 달리기 좋은 곳은 보지 못했다했다.
송재익장군에게 책 내기 도전을 한 이후, 솔직히 난 상당한 정성을 기울여오고 있다.
사무실이 있는 20층 빌딩을 하루 두 번 정도는 걷거나 달려서 오르내리고 있다.
로드웍을 하지 못하므로 빌딩내의 헬쓰장에서 이틀에 한번 정도는 30분가량 트레드밀을 달린다.
잠자리에 들기전엔 반드시 150내지 200개 정도의 팔굽혀펴기를 한다.
주말에는 어떻게든 하프 이상을 달린다.
연초부터 시작한 술 안마시기 약속을 깨뜨리지 않는다......
물론 나는 내 자신을 안다.
겨우 170cm의 키에 체중은 한 때 80kg을 넘어서기도 했으며 현재는 75kg 유지에도 고심 중인.
그래서 승부에 대한 관심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훈련하자는 목적에서 감히 시비를 건 것이다.
김재남 선배께서도 적으셨지만, 사는 재미가 무엇이겠는가?
이런 소소한 즐거움도 모이면 즐거운 인생의 한 부분이 되는 것 아닐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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