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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2월 10일의 LSD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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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광호 작성일02-02-10 21:26 조회6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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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을 돌아섰으니 15km를 달렸다는 얘기가 된다.
이제 돌아가는 길만 남았다.
어느 분들은 출발할 때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달리기가 힘이 든다고 말한다.
내 경우는 그 반대다.
처음 출발을 할 때는 '언제 이 먼길을 다녀올 것인가'에 대한 걱정으로 걸음이 무겁다.
하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남은 거리는 짧아지고, 골인지점은 가까워진다는 평범한 진리로 기운이 난다.
오늘도 반환점을 돌자 기운이 솟았다.

여전히 선두를 리드해주시던 임종근님이 구령을 부친다.
'헌나... 두우울... 서잇... 너잇... 헌나, 두울, 서잇, 너잇, 헌나두울서잇너잇...'
슬그머니 장난기가 발동했다.
'임종근님, 거, 해병대 구령 붙이는 거 맞아요? 해병대에서는 그렇게 하나요?
뭐, 군기도 안들어 있고, 목소리도 적고... 별로네요.'
'예? 아, 예...'
영문을 모르고 한 방 맞은 임종근님은 잠시 당황한 듯 더듬대며 대답을 했고
전후좌우를 달리던 모든 분들이 와...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거듭 장난기가 들어 내친 김에 부탁을 했다.
'저기요, 하프 반환점을 지나 급수대 있는 곳이 보이기 시작하면, 제가 앞에 좀 설께요.
송장군, 정신 좀 버쩍 나게, 앞에서 폼잡고 달려볼랍니다.'
송재익님과 내가 다음 주 월례대회에서 책 사주기 시합을 하는 것을 아는 분들이 또 한번 웃는다.
정말이지 점차 기운이 나고, 반면 별 힘이 들지 않았다.

드디어 급수대가 저만치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크게 떠봐도 송장군과, 곁에 계셔야 할 덩치 더 큰 김재남님이 보이질 않는다.
왠 사연인지, 지난번에 어려운 일을 치르신 효심깊은 문정복님께서 열심히 물을 따르고 계셨다.
'아니, 송재익씨 어딨어요?' 물었더니,
'어, 거그... 저그 있어...' ($#%$^#&@*$^?@!)

온 몸에 기운이 좌악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사기를 꺾는 방법도 가지가지라며 송재익씨 표정을 관찰하겠다고 곁에서 기대하던 분들도 김새했다.
하릴없이 요기를 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하며 시각을 보니 출발이후 1시간 46분이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 조화속인가?
불과 500여미터를 달렸을 뿐인데 상황은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유가 뭘까를 곰곰이 생각해봐도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운이 빠졌다해도 그렇지 이렇게 힘이 들 수가 있단 말인가...를 고민하다가
결국 원래 내 실력대로 가기로 마음을 먹고 뒤에 쳐지기로 했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열과 오를 지어 완벽하게 달려나가는 10여분을 바라보면서
조금 지나서, 올 가을까지만 두고 봅시다...를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과연 그렇게 될 것인지...

이제 하프주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매번 하프를 뛰며 30km 주자를 만나다가 반대의 경우를 겪으니 기분이 새로웠다.
탄천을 지나 경찰기동대 건물 밑 길에서 조심스레 달려오는 최동선 선배님을 뵈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모든 분들이 부상없이 달리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할텐데...

오늘은 날씨도 너무 좋다.
기온도 낮지 않고 바람마저 한 점 없어 아마 근래 들어 최고의 조건인 듯하다.
청담교를 지난 한참 후에도 저 앞에서 가물가물 노란 유니폼의 선두그룹이 보였었는데
성수대교 가까이에서 결국 놓치고 말았다.
두어라, 어차피 인생은 혼자가 아니더냐, 천천히 혼자 가면 될 일 아니더냐.
여유자적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반달에서 기다리고 있을 송장군을 생각하니 정신이 들었다.
동시에 책내기를 한 것은 '신선한' 시도였다고 칭찬을 해준 분도 생각나 혼자서 씨익, 웃었다.

'거봐, 송장군... 잘 했다잖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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