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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2월 10일의 LSD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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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광호 작성일02-02-12 00:52 조회7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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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상념속에서 11km, 10km를 지나고 송전철탑이 보이는 9km 지점까지 이르렀다.
뒤에서 한 분이 황급히 쫓아오며 말한다.
'같이 갑시다. 반환점 급수대 이후부터 줄곧 10미터 뒤를 따라왔는데, 잡을 수가 없네요?'
정인균님, 올 해 쉰 셋이 되신다했다.
서울마라톤을 좋아하고, 정회원이시지만 자주 오지는 못하셨다고 한다.
조선에서는 4시간 5분을 하셨는데 기록단축도 힘들고 하여 이제는 fun run을 하시겠다고 했다.
게시판도 수시로 드나들지만 글재주가 없어 올리지는 못하고, 주로 읽기만 하신다고 했다.
이렇게 기록 이야기, 클럽 발전방안 등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며 2km 정도를 아주 편안하게 왔다.

철탑을 지나 반달방향으로 새로 포장을 한 광장지역은 그 길이가 약 500미터 가까이 된다.
내 발걸음으로 왼발과 오른발 두발자국을 하나로 세어서 2백4십5보다.
이곳은 내가 마지막 스퍼트 연습구간으로 생각하고있는 곳이다.
오늘도 이 구간과 오르막 언덕길에서 라스트 스퍼트를 했다.
언덕위 7km 지점에 이르니 저 아래 서울마라톤 깃발들이 열을 지어 어서 오라고 반겨준다.

'야, 우광호... 이거 사기다, 사기...'
어디선가 나타난 송장군이 한껏 뿌듯한 얼굴로 골인하는 나를 보더니 소리를 지른다.
나는 대답대신 씨익, 웃어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반갑다.
그는 구수한 이웃집 사촌 같기도 하지만 차갑고, 날카로운 면도 많다.
대부분 재미있게 글을 쓰지만,
조금만 세밀히 살펴보면 매우 논리적인 이론층이 지반을 이루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김재남님과 짝을 이루어 주고받는 필담들을 보면, 이들이 마라톤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 위트, 그리고 대단한 문장가임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기본은 휴머니즘이다.

다른 분들도 이 분들처럼 짝을 이루든, 혼자든 많은 글을 적어, 게시판을 활발하게 달구었으면 좋겠다.
양경석님이나 임종근님이 그런 면에서 발군이시다.
한택희님이나 이윤희님도 활약이 눈이 부시지만 집행부(?) 쪽이라는 성격이 좀 강한 것 같고,
허창수님이 빨리 복귀하시어 더욱 즐거워질 날을 기대한다.
최동선님의 글은 생생한 육성처럼 전달되어 너무 좋았는데 요즘 좀 뜸하시다.
항상 유익한 정보를 주시는 이동윤님, 一家를 이룬 김현우님, 목요문학회(?) 멤버님들
그리고 전국각지의 풀뿌리마라톤 클럽의 명사들이 올려주시는 모든 종류의 글들이 항상 반갑다.

여하튼 2시간 41분만에 골인하여 따뜻한 커피를 곁들여 송편을 먹었는데 꿀맛이었다.
아직 뜨거운 기운이 식기도 전인 백설기도 한 덩어리 들고 덥썩덥썩 베어먹었다.
송장군이 막걸리를 권한다.
'나, 술 참는거 잘 알잖아?' 했더니
'괜찮아, 명절인데, 한 잔 해도 돼...' 한다.
잔의 4분지 1이나 되게 받아 마시니 입안에나 묻고 만다.
우습다.
대학 1학년 때 노란 막걸리 주전자로 13개를 마시고 잔디밭에서 한참을 잤던 기억도 있는데...
술을 마셔도 술이, 술이 아니게 되고, 아니 술이 술인줄 모르고 마셔도 술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주자들이 하나, 둘 계속 들어오고 있는 반달 베이스캠프는 작은 축제의 마당이다.
고수나 초보자나, 연장자, 연소자나, 직장에서의 권위나 재산이나 구분 없이 모두가 평등한 어울림 터이다.
또 잠시후면 덕성목욕탕으로 옮겨, 누구누구는 힘(?) 자랑도 할 것이고,
왁자지껄 배 둘레를 재며 B.B클럽 신규회원을 모집한다는 정겨운 소동도 연출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이 반달에서,
또 얼마간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활력소를 챙겨들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다.
남산이 저 만큼에 있고, 찰랑찰랑 한강이 남실대고,
맑은 새벽공기가 무한정으로 머리를 맑게 해주는 반달, 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

명절연휴의 초입에서 달린 내 최초의 30km LSD는 이렇게 유쾌한 기억으로 막을 내렸다.

감사합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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