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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어디 땀이라도 나던 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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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현우 작성일02-02-16 17:34 조회6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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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쌍코피가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반드시 이겨서
이제 사대쫄병으로 전락해버린 그의 맥을 콱 짚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2. 그 정도 뛰고 어디 땀이라도 나던 감요?

그래서 반대 방향에서 달려오는 러너들에게 초점을 맞추며 달려가자
잠실 수영장 부근에서 태능골 호랑이 진재봉님이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는 태능선수촌내에 있는 체육과학원에 근무한다고 했다.
얼마 전 약 20km를 그와 함께 달리면서 그는 많은 달리기 이론을 내게 전수해주었다.
그것들은 내 주력(走力)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키킹 방법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것들이었기에, 평상시 내 훈련 방법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달리기에 대한 평소 생각대로 그저 재미있게 달리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싶다.
기록 향상을 위해 어떤 특수 훈련을 하기 보다 내 힘껏 달리면서
많은 러너들과 어울리고 싶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마라톤 만남의 광장에 59분 봉달이 김형성님이
사부인 배째라장군 송재익님을 위해 특수 훈련 프로그램을 올려놓았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매일 아침에 수영하고 나서 헬쓰장 트래드밀에서나 달리고 있는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월요일날 쉬는 것! 그 것밖에 없었다.
그 이외 것들은 모두 전문 마라토너들이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가볍게 달려가는 진재봉님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지나자
빨간 러닝 자켓을 입고 부끄럼 타는 소녀처럼 미소를 머금으며
서울마라톤 박희숙님이 반달 여성 선두를 자랑해왔다.
순간! 아무리 사대쫄병으로 전락해도 그렇지
명성 있는 사대천왕님이 여태껏 반환점도 못 돌았단 말인가?
아서라! 아서! 웬만하면 한강 물에 퐁당 빠져 물고기 밥이나 되어 버리시게나!......
내, 일찍이 이렇게 못 뛰는 러너와 내기 한 적이 없거늘
오늘 이거 가장 치욕적으로 못 달리는 주자와 한판을 벌이고 있네 그려!
어디 자존심 상해서 뛸 맛이라도 나나......

하프 반환점의 깃발이 나부끼는 곳으로 다가가자, (24:24 = 46:29)
그래도 급수대에서 무엇을 먹는 것은 안다고 바나나를 입에 가득 넣고 있다가
달려오는 나를 보고 악을 쓰며 반달 목욕비 내라며 떼를 쓰고 있었다.
아! 사대천왕! 모지리! 대 모지리! 왕 모지리!
아직 승부의 반도 끝나지 않았는데 무슨 목욕비는 목욕비란 말인가!
반환점을 돌아 급수대에 다가가자, 완전히 자신이 승자가 된 것처럼 목에다 힘을 주면서
내가 물도 못 마시게 방해를 해왔다.
헤이! 사대쫄병님! 도대체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는 감요?
나 반달 참가비 2000원 냈시유! 근데 왜 물도 못 마시게 하시는 감유?
아무리 승부욕에 사로 잡혀 있어도 그렇지
달리는 사람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물 안주면, 살인 미수죄라는 거 모르시는 감요?
그리고 쪼께 있으면, 포도청 나리 최동선님이 달려 오신다닌께요?
그분이 아무리 무릎 부상으로 헤매고 있다손 치더라도
그대 같은 사대쫄병을 잡아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닌께, 잔말 말고 물이나 주시구려!

그래도 다 죽어가는 붕어 모양, 입만 뻥끗이 살았다고
막무가내로 목욕비 책임지라며 계속 고래고래 소리치기에,
반환점 급수대에서 급수 당번을 하고 있을 김진사 어른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요리 저리 빠져 가면서 땡땡이 치는데는 일가견 있는 김 도사님인지라
그 잘난 엉덩이 필치로 또 어느 창고 바닥에 진경산수화를 그리려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몇 일전 빙모상(聘母喪)을 당해 수심이 가득한 문정복님이 물을 따라주고 있었다.

겨우 물 한 컵을 얻어 마시고 반포 쪽으로 달리려 하면서
윤현수님께 빨리 가자고 하닌까, 곧 쫓아 갈테닌께 나더러 먼저 가라고 했다.
참, 두 콧구멍이 뚫렸으닌께 숨을 쉬지, 기가 막혀서!
사대쫄병인 주제에, 자기가 뭐 옛날 사대천왕으로 착각하시나 봐!
기를 쓰고 달려도 내 반 게임 상대도 안될 건데, 뭐가 어쩌고 어째!
먼저 가라고?
그래, 뒤 따라서 쎄빠지게 한번 달려와 보이소마!
내 뒤 발꿈치에 채이는 흙 먼지나 어떻게 볼 수 있을련지?......

먼저 간다는 말을 남기고, 잠실 수영장 부근에 이르자
양경석님과 김대현님이 친구처럼 다정하게 달리면서 반환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손을 들어 정답게 인사를 건넨 후, 이제 반포 쪽을 향해서 무작정 달리기로 했다.
누구와 무슨 내기를 떠나서 아름다운 한강을 끼고 마음껏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선택받은 생활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달리고 싶어도 여러 가지 피치 못할 이유 때문에
그렇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생각한다면, 자신의 의지대로 마음놓고 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점심내기도 좋고, 목욕비 내기도 좋다!
그것은 내가 건강해서 달릴 수 있기에, 그들과 서로 어울리며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 동안 SUB-3를 꿈꾸며 무던히도 달렸던 사대천왕 윤현수님!
그가 꾸준히 그대로 연습을 했다면, 충분히 그것을 달성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마라톤클럽 총무직을 맡다보니
많은 러너들이 마음놓고 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각종 대회준비로 인하여
정작 본인은 달릴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작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 이전부터 마음놓고 달려본 적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함께 달리기를 즐기는 입장에서 참으로 안쓰러운 일이다.
이런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나 같은 사람이 그 혜택을 누리는 게 아닌가?
철저한 개인 운동 같은 달리기이지만
그 달리기가 자신에게 즐겁게 존재하기 위해선
많은 분들의 봉사정신이 뒤따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

거의 무념의 상태로 성수대교 공사 구간에 이르자
주로 바닥에 반달 5km 지점 표시가 선명하게 보였다. (24:27 = 1:10:57)
오늘도 역시 반달 하프를 1시간 30분 이내 기록으로 통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언젠가 한번 1시간 27분대에 달려보고
번번이 30분대를 넘기고 있기에, 이것이 내 한계로만 여겨졌다.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인터벌 훈련이라든가,
기록 단축을 위한 특수훈련을 해보고 싶지만,
나는 마스터즈 마라토너라는 것을 상기하고 싶었다.
남이 알아 줄 정도로 좋은 기록을 세우면 좋겠지만,
무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 능력껏 달려서
오래 오래 부상 없이 마라톤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을 뿐이다.

이제 어느 덧 반포대교가 보이고, 철탑을 지나 직선 주로(走路)로 접어들었다.
서울마라톤 깃발이 나부끼는 반달모임 장소에 이르자,
자연스럽게 내가 뛴 거리에 대한 시간을 체크해 보았다.(22:15 = 1:33:12)
전반과 후반이 거의 고른 상태로 달린 것 같았다.
그렇다면 3월에 있을 서울마라톤대회에서도 3시간 10분대의 기록이 예상되지만
컨디션만 좋다면 지구력을 바탕으로 10분 벽을 넘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언제 들어 왔는지 모를 윤현수님이 골인점을 지나치는 날 보고
또다시 자기 기록에 못 미쳤다며,
이제 핸드 마이크까정 들고서 목욕비 타령을 하고 있었다.
아이구메, 저 웬수 같은 사대천왕!
하프도 제대로 못 뛰고 반환점에서 차를 타고 온 주제에 목욕은 무슨 목욕이여!
아무리 서울마라톤 58년 개띠들이 설쳐서 개판을 만든다 해도 그렇지,
개띠도 아닌 주제에 그 정도 뛰고 어디에 무슨 땀이라도 나던 감요?

송파세상 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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