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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일지, 나이애가라 폭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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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복진 작성일02-05-05 12:14 조회5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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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일지, 나이애가라 폭포에서


뉴욕을 출발하여, 장장 8 시간의 고속도로 주행 끝에
나이애가라 폭포 관광지 호텔에 도착,

우선, 첫날의 맛보기로 야간 조명에 비치는 장엄한 물 떨어짐을
멀리서 잠깐 보았다. 장엄한 대자연의 조화에 탄성보다는 경배의 침묵이
나의 눈 놀림을 꼬옥 붙들어 메었다

폭포의 길이나 낙폭, 수심, 발원지 등의 일차적 호기심보다는
엉뚱하게도 나는 우리 나라 군대가 이곳 미국에 쳐들어와
이곳을 점령하면 안될까 하는 잠시 잠깐의 상상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았다. 일차 공격 지점이 어데 일까 하고...

어서 잠자리에 들어 지친 하루를 마감하고
내일 아침 이곳 폭포주위를 뛰어볼 요량으로
서둘러 호텔 방으로 들어갔다.
출장지, 관광지 가릴 것 없이 현지에서의 아침 달리기는
생략 할 수 없는 나의 의식이다

더구나 , 이렇듯 경관이 빼어나고 공기 맑은 곳에서의
아침 달리기란... 달 지고 별도 진 밤 밀밭에서 애인 기다리는 시골 바람둥이처럼
저절로 벌어지는 내 입은 위, 아래 눌러 닫을 길 이 없다.

1 박 2 일의 짧은 관광이었기에 큰짐은 뉴욕에 남겨두고 와서,
간단한 짐만 풀어 금방 정리가 끝났다.
그리고 낯선 곳의 호텔 첫 숙박시 챙겨야 할 기본적인 것을 점검했다.

출입문 중앙에 부착된 화재시 비상 대피 방향,
호텔료에 포함된 아침 식사 제공 식당의 위치, 문여는 시각.
객실의 온도/습도 조절 장치 확인,
그리고 내일 아침 자동 기상시각 울림 장치까지 조절을 끝내고
마악 잠자리에 들려다가,

미심쩍어, 베게에 누이려던 나의 머리를 번쩍 들어
가져온 짐을 다시 살펴보았다.

불행하게도 나의 의혹은 적중되었다.

가져온 짐 속에 내가 내일 아침 필요로 하는 달리기용 팬티가 보이지 않았다.
놓고 온 뉴욕의 큰 가방 속에 들어 있음이 틀림없었다.

폭포 주위의 내일 아침, 고대하던 나의 환상적인 달리기는
저 바깥의 나이애가라 폭포수 물안개, 물거품처럼 살아졌는가 ??

지금 시각 밤 10 시 하고도 50 분,
급히 호텔 로비로 내려가 구내 관광 상품 파는 가게를 기웃거렸으나
이미 철재 쇠가닥 문이 닫힌지 오래.

호텔 앞 도로 몇 블럭을 뛰어 가보았으나 모두 철시한 상태,
얄밉게도 가게들은 실내 조명을 다 켜놓고 퇴근하니
나의 씁쓸함은 그 도를 더 했다.

달리기 팬티, 팬티가 없다. 이 늦은 시각에 구할 방도가 없다....

아, 나는 내일 아침 뛰어야 하는데....
이곳 나이애가라 폭포 주위의 아름다움을 내 발로써 내딛고
내 두 눈으로 훑고 더듬어, 그 생생함을 가슴에 담아가야 하는데...

미니 버스 안에서의 관광 안내인의 설명만 듣고는 성이 안 찰 것이다
직접 내 발로 뛰어야만 하는데...

헛탕 치고 터덜터덜 내 방으로 들어오는 내 발걸음은
천근을 넘어 만근인 냥, 갑자기 세상이 싫어졌다.
어쩌다 달리기 팬티를 다 잊고서 놓고 온단 말인가 ?
전에 없던 건망증에 내 자신이 싫어졌다.

이미 침대에서 곯아떨어진 아내의 작은 몸이 튀어 천장에 닿을 정도로
털썩하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얄밉게도 아내는 깨지 않고 그냥 잔다.
침대에 걸터앉아 청승을 떠는,

그야말로 나이애가라의 잠 못 이루는 밤이다

일이 막혔을 때, 우선 침착해야 된다
이성을 찾자.

나에게 가만히 물어 본다

왜, 달리기 팬티가 필요한가 ?
그걸 입지 않고 뛰면 사람들이 웃을 것이다.

왜, 사람들이 그런 나를 보고 웃게 만들 것인가 ?
못 보게 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그러면...
그렇다. 해결점이 보였다. 바로 그거다 !

호텔 자명종 시각을 새벽 6 시에서 새벽 4 시로 땡겨놓고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어두워서 못 볼 때 뛰면 될게 아닌가 ??

다섯 손가락 양손 가득히 사탕을 껴안고 잠든 한 살 박이 처럼
드디어 나는 평화를 되찾았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어 작고 보드러운 아내를 꼬옥 껴안았다.

그리고 이튿날 아주, 아주 이른 새벽,

대지가 밝기 전 적당한 어둠으로 주위가 에워싸진 나이애가라 폭포 주위를,
내가 입고 달리는 옅은 분홍색 줄무늬 팬티가 달리기용인지, 예의를 갖추기 위한
신사의 필수 의상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의 어둠을 확인하며 음흉한 웃음을 짓고,

나는 달렸다

적당한 어둠 속을 나는 달렸다.
팬티에 그려진 옅은 분홍색 줄무늬를 팔랑거리며
나는 달렸다.

일자형 미국측 폭포,
말발굽 모양 카나다측 폭포 주위를 달렸다.

수천 수만 마리의 버팔로 떼들이 계곡을 달려오는 것 같은 어마어마한 굉음,
때로는 상상이 실체를 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내 두 눈앞에 펼쳐진 실체가 나의 상상을 넘고 또 넘은 순간이다

동그라진 두 눈을 그대로 얼어붙게 만드는 폭포가 남긴 어마 어마한 포말 !
나는 계속 달렸다

무지개 다리를 지나 염소 섬, 루나 섬, 세 자매 섬,

주위는 적당한 어둠과 수 억 톤의 물 떨어짐이 빚어내는 천둥소리, 물안개,
100 퍼센트 청정 공기는 내 콧속을 기분 좋게 들락거리고,
가슴 속 폐는 사립문을 활짝 열어 들어오는 모든 것을 검문 없이 받아드린다.

해서는 안될 짓을 하되, 들키지 않는 짜릿함으로 그 즐거움이 배가되는 이 순간,

나는 정신 없이 폭포 주위를,
먹이를 한 움큼 문 승냥이처럼 강 위, 아래를 넘나들며 뛰고 또 뛰었다.

연신 흘러내리는 땀이 눈 주위를 덮치고, 나의 손바닥은 이를 훔치고,
점차 밝아오는 주위가 언뜻 언뜻 감지되어 나의 아랫도리의 실체가 재의식 되었으나,
몰입돼진 나의 아침 달리기 마약 성분을 걷어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미 달리기 팬티와 , 일상적인 나의 속내의간의 경계는 허물어진지 오래였다.
그 화두는 나의 의식 속에서 달아난 지 오래였다

땀이, 땀의 온도가 새벽의 찬 기온을 밟고 일어서서
내 몸이 달궈졌다. 내 팬티의 분홍색 줄무늬가 땀에 젖어, 폭포의 물안개에 젖어
형편없는 곡선이 되어 갔다.

오랜만에 달리기의 참 맛을 나의 온 몸을 굴리어 짜고 또 짜내었다
나의 분홍색 줄무늬 BYC 팬티는 달리기의 참 희열을 증폭시키었다.

이제 강 상류 쪽으로 더 뛰어 올라갔다

폭포를 만나기 전의 강물의 도도한 흐름,
여기가 루비콘 강인지, 아마존의 하류인지 분간이 안 갔다

어둠이 덜 걷힌 강물 위의 새벽 안개는 뛰는 나의 발걸음에 구름을
얹혀 주었다. 정말로 고혹적이었다. 천상의 아침이 이럴 것 같았다.

강 옆의 파아란 잔디.
듬성듬성 알맞게 띄어 천년을 지나온 고목 나무들

제 멋대로 부러져 이리 저리 가로 세로 쓸어져 누워 있는 백년 천년 세월의 흔적들...

내달리는 흙길 위에 현란한 기하학적 무늬의 느림보 달팽이들이
나의 뜀질 속도를 느리게 할뿐, 나의 방해꾼은 아무도 없었다.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주위의 물체가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제는 서둘러 어둠을 타고 내 방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이 엉터리 달리기 패션이 공개되는 사태를 피해야 한다.

서둘러 호텔 쪽으로 역 방향을 잡고 다시 뛰었다.
밀려올라 오는 아침 태양과 경주가 시작되었다. 나의 가속이 필요했다

두 시간 여 희귀 망측한 속 팬티 바람의 달리기...
음흥하나, 그렇게 만족할 수 없는 아침 달리기..
아직 아무도 기상한 흔적이 없는 나이애가라 폭포 주변을 돌아
내가 묵고 있는 Days Inn Hotel Lobby 로 땀에 젖어 들어오는
나의 당당한 위세를 보시라 !

방에 들어와 욕탕에서 소나기를 끝내고
나는 나의 일기장을 꺼내 이렇게 적었다

" 오늘 새벽 나이애가라 폭포를 뛰었다 . 두 시간 십분 동안 뛰었다 .
뛰는 동안 아무도 못 만났다. 만났다 하더래도 어둠이 이를 잘 가려 주었다 "

서울
고덕 달림이
박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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