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가 반기는 거제마라톤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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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신석 작성일03-01-14 15:37 조회59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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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훈련은 자칫 게을러지기 쉽다. 게다가 추운 날씨 핑계로 집안에 칩거하기 일쑤니 체중관리가 염려되는 절기이다. 그러나 대개 3월부터 시작되는 대회에 참가하여 바라는 만큼 대회를 치를려면 겨울훈련을 게을리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훈련의 일환으로 종종 계절에 상관없이 대회에 참석하고는 한다. 짐짓 느슨해진 훈련 기분을 대회에 참석하여 친구들을 만나 스트레스도 풀고 각오를 다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 보다도 나이 들어가며 더욱 배우자와 가족에 대한 배려를 생각할 때 함께 하는 시간의 의미를 다질 기회를 마라톤 여행으로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에는 아무래도 남쪽 지방에서 개최되는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봄을 준비하는 기분을 보상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전문 선수들의 호사스러운 외국 전지훈련이나 제주도의 전지훈련과는 비교가 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남쪽에서 개최하는 대회에 참석하기로 작정을 했다.
올 해 2회째를 맞이하는 거제마라톤대회는 내게는 처음 참가하는 대회이다. 대회가 열리는 학동은 10년 전후에 몇 차례 방문한적이 있다. 그 당시에야 승용차를 이용해 일과성으로 통과하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다소 여유를 가지고 미리부터 현지에 대한 지리, 문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전과 다르다. 그야말로 대동여지도에 달리기 코스를 찾아나서는 셈이다.
노자산의 둘러친 거제마라톤대회장 학동 몽돌해수욕장

금년 대회 참가 일정도 직장의 격주 토요 휴무일에 연계할 수 있어 아내와 그리고 마침 집에 와 계시는 팔순 장모님과 함께 1박 2일의 마라톤 여정을 꾸리기로 했다. 아내는 이제 제법 마라톤에 참석하는 나의 식사 도우미 역할을 착실히 해주고 있다. 매식보다는 집에서 미리 준비한 도시락과 취사로 1박 2일의 약 4-5식을 거뜬히 해낼 줄 알게 되었다.
대회 전 날인 토요일 대진고속도로를 진입하니 날씨가 풀려서인가 겨울 안개가 전방 100m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앞 길을 가로 막는다. 안전 운전을 위해 제한 속도보다 늦추고 주행선으로만 달린다. 휴게소 마다 모두 들려 각 휴게소의 유별난 점을 애써 확인해 보는 느긋함을 부려보고는 한다.
사천 나들목을 빠져 나와 1주일 뒤에 참가하게되는 고성대회가 열리는 고성공설운동장 앞을 지난다. 지방도로는 확장 공사중이라 도로사정이 좋지않다. 통영항을 내려다 보며 외곽의 부두에 들려 승용차 안에서 차창으로 바다를 내다보며 아내가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점심 요기를 한다.
거제대교를 건너 대회장을 좀 돌아서 가기는 하지만 대회코스의 반환점인 장승포 방면으로 코스를 잡는다. 남해의 풍광을 배경으로한 옥포 조선소의 위용이 자랑스럽다. 장승포 포구를 내려다보는 지점의 이정표를 보니 학동 21km 지점이다. 아마 이 부근이 이번 대회 반환지점으로 짐작된다. 만만치않은 언덕이다. 그러나 장승포 포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누우래재를 넘어서며 포구와 언덕이 이어진다. 지세포를 지나 언덕을 넘어 와현해수욕장을 지나면 구조라해수욕장이다. 아내는 날망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염려스러운지 내일 경기에 욕심을 내지말기를 당부한다. 구조라 백사장을 내려다 보며 잠시 휴식에 젖는다.
장승포

와현의 봄의 치마자락이

구조라해변

몽치해수욕장을 지나 학동 전방 약 6km 지점부터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이 길이 내일 내가 달릴 길이라 생각하니 아득한 생각이 든다. 게다가 그늘이라 한기조차 느껴진다. 마지막 언덕에 오르니 대회장인 학동이 내려다 보이고 작은 쌈지 공원이 있다. 겨울철새 아비류(loon)의 도래지 기념 공원이다. 세계에 1000-2000마리 정도의 희귀조를 기념하는 곳이다. 팔손이나무가 겨울꽃을 보이며 우리를 반기고있다.
몽치의 띠섬이 바라보이는 Oneill에서

학동 대회장을 바라보며 언덕을 내려온다. 노자산이 병풍처럼 둘러친 학동삼거리에는 내일 치룰 대회준비로 각종 차일로 축제분위기를 일구고있다.
오후 2시 40분. 어쩌면 3시 정각쯤에 외도를 향해 출발하는 유람선을 탈 수 있으렸다. 장모님과 아내를 선착장으로 미리 보내고 매표를 하는데 제니를 승선시킬 수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매표소에 보관을 하고 2시간 동안을 작별을 고한다.
외도는 학동에서 뱃길로 약 20분을 간다. 개인이 개발한 아열대식물원이다. 텔레비죤 드라마 '겨울연가'의 마지막 장면의 기억을 떠 올리는 촬영 현장이다. 외도에서의 1시간 동안 자유시간에 식물원을 들려보는 계획이 팔순 장모님의 거동으로 벽에 부딛혔다. 아내는 안스러워 나 보고 먼저 둘러보라며 천천히 오르겠단다. 미안함을 금할 수 없었으나 카메라를 메고 예정에도 없던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실시한다. 용설란, 팔손이, 종려수, 손바닥선인장 등 내륙에선 자생할 수 없는 아열대식물이 지나칠 정도의 가공된 서양식 정원을 보여주고 있다. 학동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겨울연가'의 촬영 현장이 보존되어있다. 빨간 프라스틱 포인세티아로 단장된 입구에는 아직도 크리스마스 축제의 산타크로스와 전구 트리가 방문객을 반기고 있었다. 서둘러 전망대에 올라 망망대해를 바라본 후 능선 넘어의 개발자의 신앙심의 상징인 작은 기도실을 접한다. 이어 천국에 이르는 계단. 서둘러 아내와 헤어진 곳을 달려온다. 소요 시간은 약 10여분. 그러나 아내와 장모님이 보이지않는다. 선착장까지 내려갔으나 역시 만날 수 없다. 서둘러 다시 한 번 돌아본 코스를 뛰어 간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그러나 가족들을 만날 수 없다. 다시 한 번 '겨울연가'의 벤취에서 장모님과 아내를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쑥스러웠지만 드라마 현장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선착장으로 내려왔다. 유람선은 해금강을 휘이 돌아보고 학동으로 돌아왔다. 약 2시간의 경비는 1인당 약 2만4천원. 만만치않은 금액이다.
‘겨울연가’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외도 주인의 신앙의 표징인 피정의 집

멀리 해금강이

3층 숙소는 동남쪽으로 학동 몽돌 해수욕장이 내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장모님과 제니는 숙소에 남겨놓고 6시부터 시작하는 거제성당의 특전미사를 드리기 위해 서둘러 숙소를 나선다. 약 20분 거리의 거제성당은 좁은 골목 속에 위치해 있지만 너른 정원에 성탄 장식등으로 어둠 속에서도 아름답게 꾸며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약 250석 규모의 오래된 성당. 어린아이들 20여명과 나이든 할머니 20여명을 포함해 약 50여명의 신자들이 조용히 미사를 드린다. 미사를 마치고 성당 강당에서 신자들이 직접 만든 우리 농산물의 쌀강정을 샀다. 장모님의 군겆질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어쩜 신년 제수에 쓰일 수도 있겠다.
숙소로 돌아와 늦은 저녁을 준비한다. 베란다에는 간이주방이 설치되고 등산용버너에 콩나물김치국과 불고기로 포식을 한다. 마라톤 여정의 건강한 피로의 첫 날이 저물고 있다.
어둠 속에 손을 뻗어 시각을 확인하니 새벽 3시를 넘었다. 잠을 다 이룬 것이다. 조용히 화장실에 들어가 어제 대회장에서 배포한 월간지를 재독한다. 무척 더디게 시간이 흐른다. 제니와 함께 밖에 나와 어둠 속의 몽돌해수욕장을 바라본다. 예전의 한적함은 없고 24시간편의점에서부터 간간히 차량들이 지나다닌다. 벌써부터 대회 주최측에서는 대회장 준비로 분주하다. 하나의 대회를 치루어 내기 위해 보이지않는 곳에서 땀을 흘리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의 편린을 훔쳐 본다. 바다 건너 동편 하늘이 붉게 물들어 오기 시작한다. 지난 2주 동안에 동해 속초에서 서해 장봉도에서 그리고 남해 거제 학동에서 해오름을 맞을 수 있다니. 숙소로 돌아와 아내에게 해오름을 함께 하자고 권한다. 아내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따라 나선다. 장모님께는 7시 30분께 숙소 베란다 창문 밖으로 해오름을 지켜보시라고 당부하고 밖으로 나와 승용차로 어제 오면서 보아 두었던 첫번째 고개를 향해 달려간다. 동편 하늘은 점차 밝아 오기 시작한다. 드디어 7시 30분경. 외도 넘어로 남해의 해오름이 밝고 투명한 빛을 발하며 솟아오른다. 아내와 나는 그저 탄성을 금할 수 없다. 말로는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흔히 망망대해에서 솟아오르는 일출과는 달리 남해 다도해 사이로 솟아오르는 해오름은 또 다른 정취를 보여주고 있다.
외도 넘어 남해의 해오름

숙소로 오는 길에 거제성당 학동공소에 들렸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그림 같은 집이다. 성모상이 아침 햇살을 받아 따듯한 미소를 보인다. 공소 앞 마당은 마치 멋진 방갈로를 연상하게 한다. 다음 대회 때에는 피정이나 숙소로 미리 부탁을 드려 볼 일이다.
거제성당 학동 공소의 아침 햇살을 머금은 성모상

대회 장 입구의 해송이 늠름한 자태를 보이고 있다. 멀리서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이 보인다. 가까이 보니 러너스코리아의 이보양님과 가톨릭마라톤동호회의 김우준님이다.
학동의 해송

early bird 이보양님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대회장에서는 벌써 확성기로 축제의 음악이 신바람나게 울린다. 숙소에서 길만 건너면 대회장이라 느긋하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출발 30분 전에 아내와 대회장에 내려가 여러 친구들을 만난다. 대회 페이스메이킹을 위해 서울서 어제 버스로 장장 8시간을 달려온 광화문마라톤동호회 일행들의 예의 빨간 복장과 천막이 이제 눈에 익숙하다. 달리는 의사 이동윤님도 가벼운 차림으로 스트레칭을 함께 하고있다. 1800여명의 참가자로 대회장은 마치 큰 운동회를 연상하게한다. 경쟁하고 다투는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하긴 이번 대회 코스가 개인의 기록을 기대하기에는 무리일테니 말이다.
광화문마라톤의 PM 고재봉님

오른쪽으로 학동몽돌해수욕장의 해변을 끼고 10시 30분 풀코스 일행은 출발 카운트다운을 하며 쏟아져 나간다. 아내의 기록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는 당부에 4시간 전후로 경기를 마치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나는 천천히 출발선을 벗어난다. 출발과 동시에 언덕이 시작되어 애써 속도를 늦추지만 분위기에 휩싸여 몸과 마음이 달아 오른다. 어제 도착할 때 오던 코스의 역행이다. 2km를 지나며 겹쳐 입은 짚티와 귀걸이 일체형의 모자로 땀이 솟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늘막을 지날 땐 선뜻한 한기를 느낀다. 지난번 호미곶대회에서 추위로 고생을 해서 복장을 단단히 했지만 완주까지는 복장에 대한 평가는 보류해야한다.
팔손이가 반기는 첫번째 언덕 아비류 도래지

주로에는 대회 주최측에서 이동 차량으로 신명나는 음악으로 참가자를 격려한다. 동백숲과 팔색조를 안내하는 표지가 있지만 여유있게 바라볼 처지가 아니다. 몽치해수욕장을 지나면 전망좋은 레스또랑이 반긴다. Oneill. 앞 바다의 손을 뻗으면 닿을듯한 작은 섬이 로맨틱하다. 구조라해수욕장을 지나는 도로변의 전망 좋은 곳은 각종 음식점들이 자리를 잡고있다. 긴 언덕을 내려 지세포에 이르면 지세포성당의 성모상이 참가자들을 반긴다. 성호를 긋고 남은 경기를 다짐한다. 누우래재를 넘으며 3시간 40분대의 페이스메이커가 추월을 한다. 어제 짐작한 장승포 포구가 내려다 보이는 반환점 통과 시간은 1시간 50분. 이제 돌아가는 시간으로 2시간을 잡기로 다짐한다. 그러나 후반부의 오르막 경사도는 만만치가 않다.
돌아가는 코스의 거제 남쪽 바다는 오후의 햇살을 받아 더욱 쪽빛으로 물들고 있다. 풀코스 참가자가 300명 남짓이라 주로에는 참가자들의 행렬이 듬성듬성 이어진다. 오르막에는 벌써 걷는 이들이 늘어난다. 지난번 호미곶에서의 반환점 이후 오르막을 걸은 자신에 대한 불만을 보상 받기 위해 페이스는 걷는 정도이지만 달리기를 멈추지않는다.
남은 거리 10km부터는 매 1km마다 거리 표시가 있다. 도로 이정표와 대회 거리 표시가 유사하여 달리기에 매우 도움이 된다. 마지막 5km 지점의 응달진 곳의 오르막 급수대를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의 최대 고비인 아비류도래지 언덕을 치달아 오른다. 팔손이 나무가 겨울 꽃으로 마지막 힘을 돋운다. 4시간대 페이스메이커가 나를 밀어내고 달려간다. 아내와의 약속을 위해서 그리고 이제 고작해야 4km도 안남았는데. 4시간대 페이스메이커 일행과 보조를 맞춘다.
마지막 내리막

마지막 2.5km 남은거리 급수대에 아내가 마중을 나와있다. 그리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다. 아내의 내리막이니 조심하라는 당부에 천천히 오라고 당부하고 마지막 역주를 한다.
대회장 입구 학동 몽돌해수욕장

골인지점 부근은 주최측의 골인 주자에 대한 환호로 축제 분위기 이다. 골인 후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아내와 숙소로 돌아와 샤워 후 아내가 마련한 불고기 식단으로 배를 채운다.
대회 종료 시간이 지나서 우리 가족은 대회 코스의 반대편인 남부 방면을 향해 귀가길을 잡았다. 전혀 새로운 여정이지만 또 다른 풍광이 그리 아름다울 수가 없다. 앞으로 제대로 가꾸어 나간다면 외국에 비하여 손색이 없을 풍광이다. 거제대교를 지나면 곧장 통영이다. 통영 부두에 이르는 길은 자동차 체증으로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아마 생선회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자동차 체증이 이어지는 모양이다. 통영 부두로 노을이 붉데 타오르며 하루를 넘기고 있다. 아내와 장모님은 싱싱한 횟감을 구해 오셨다. 서둘러 귀가 길을 재촉한다.
공사중인 지방도로를 빠져 나와 사천 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다소 편해진 도로사정으로 여유가 생긴다. 산청 휴게소에 들려 승용차에서 통영에서 장을 본 싱싱한 회로 저녁 식사를 대신한다. 그러나 아뿔싸. 아내가 초고추장을 가져온다는 것이 토마토 케쳡을 가져온 것이다. 세상에. 토마토 케쳡으로 생선회를 먹은 예는 일찍이 들어본적이 없다. 그러나 본의 아닌 퓨전 회로 별미를 즐길 수 있었다. 식성이 각별하신 장모님께서는 초장맛이 이상하시다면서도 생선회를 맛있게 드신다.
대회를 치른 귀가길이건만 별다른 피로감도 없고 졸음운전도 없이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 30분을 지난다. 장장 6시간의 승용차 여정을 치른 것이다.
팔순이 넘으신 장모님께서 아무런 탈 없이 마라톤 여정을 함께 마친 것에 감사를 드린다.
일주일 뒤에 있을 고성대회의 또 다른 마라톤 여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나는 훈련의 일환으로 종종 계절에 상관없이 대회에 참석하고는 한다. 짐짓 느슨해진 훈련 기분을 대회에 참석하여 친구들을 만나 스트레스도 풀고 각오를 다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 보다도 나이 들어가며 더욱 배우자와 가족에 대한 배려를 생각할 때 함께 하는 시간의 의미를 다질 기회를 마라톤 여행으로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에는 아무래도 남쪽 지방에서 개최되는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봄을 준비하는 기분을 보상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전문 선수들의 호사스러운 외국 전지훈련이나 제주도의 전지훈련과는 비교가 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남쪽에서 개최하는 대회에 참석하기로 작정을 했다.
올 해 2회째를 맞이하는 거제마라톤대회는 내게는 처음 참가하는 대회이다. 대회가 열리는 학동은 10년 전후에 몇 차례 방문한적이 있다. 그 당시에야 승용차를 이용해 일과성으로 통과하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다소 여유를 가지고 미리부터 현지에 대한 지리, 문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전과 다르다. 그야말로 대동여지도에 달리기 코스를 찾아나서는 셈이다.
노자산의 둘러친 거제마라톤대회장 학동 몽돌해수욕장

금년 대회 참가 일정도 직장의 격주 토요 휴무일에 연계할 수 있어 아내와 그리고 마침 집에 와 계시는 팔순 장모님과 함께 1박 2일의 마라톤 여정을 꾸리기로 했다. 아내는 이제 제법 마라톤에 참석하는 나의 식사 도우미 역할을 착실히 해주고 있다. 매식보다는 집에서 미리 준비한 도시락과 취사로 1박 2일의 약 4-5식을 거뜬히 해낼 줄 알게 되었다.
대회 전 날인 토요일 대진고속도로를 진입하니 날씨가 풀려서인가 겨울 안개가 전방 100m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앞 길을 가로 막는다. 안전 운전을 위해 제한 속도보다 늦추고 주행선으로만 달린다. 휴게소 마다 모두 들려 각 휴게소의 유별난 점을 애써 확인해 보는 느긋함을 부려보고는 한다.
사천 나들목을 빠져 나와 1주일 뒤에 참가하게되는 고성대회가 열리는 고성공설운동장 앞을 지난다. 지방도로는 확장 공사중이라 도로사정이 좋지않다. 통영항을 내려다 보며 외곽의 부두에 들려 승용차 안에서 차창으로 바다를 내다보며 아내가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점심 요기를 한다.
거제대교를 건너 대회장을 좀 돌아서 가기는 하지만 대회코스의 반환점인 장승포 방면으로 코스를 잡는다. 남해의 풍광을 배경으로한 옥포 조선소의 위용이 자랑스럽다. 장승포 포구를 내려다보는 지점의 이정표를 보니 학동 21km 지점이다. 아마 이 부근이 이번 대회 반환지점으로 짐작된다. 만만치않은 언덕이다. 그러나 장승포 포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누우래재를 넘어서며 포구와 언덕이 이어진다. 지세포를 지나 언덕을 넘어 와현해수욕장을 지나면 구조라해수욕장이다. 아내는 날망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염려스러운지 내일 경기에 욕심을 내지말기를 당부한다. 구조라 백사장을 내려다 보며 잠시 휴식에 젖는다.
장승포

와현의 봄의 치마자락이

구조라해변

몽치해수욕장을 지나 학동 전방 약 6km 지점부터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이 길이 내일 내가 달릴 길이라 생각하니 아득한 생각이 든다. 게다가 그늘이라 한기조차 느껴진다. 마지막 언덕에 오르니 대회장인 학동이 내려다 보이고 작은 쌈지 공원이 있다. 겨울철새 아비류(loon)의 도래지 기념 공원이다. 세계에 1000-2000마리 정도의 희귀조를 기념하는 곳이다. 팔손이나무가 겨울꽃을 보이며 우리를 반기고있다.
몽치의 띠섬이 바라보이는 Oneill에서

학동 대회장을 바라보며 언덕을 내려온다. 노자산이 병풍처럼 둘러친 학동삼거리에는 내일 치룰 대회준비로 각종 차일로 축제분위기를 일구고있다.
오후 2시 40분. 어쩌면 3시 정각쯤에 외도를 향해 출발하는 유람선을 탈 수 있으렸다. 장모님과 아내를 선착장으로 미리 보내고 매표를 하는데 제니를 승선시킬 수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매표소에 보관을 하고 2시간 동안을 작별을 고한다.
외도는 학동에서 뱃길로 약 20분을 간다. 개인이 개발한 아열대식물원이다. 텔레비죤 드라마 '겨울연가'의 마지막 장면의 기억을 떠 올리는 촬영 현장이다. 외도에서의 1시간 동안 자유시간에 식물원을 들려보는 계획이 팔순 장모님의 거동으로 벽에 부딛혔다. 아내는 안스러워 나 보고 먼저 둘러보라며 천천히 오르겠단다. 미안함을 금할 수 없었으나 카메라를 메고 예정에도 없던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실시한다. 용설란, 팔손이, 종려수, 손바닥선인장 등 내륙에선 자생할 수 없는 아열대식물이 지나칠 정도의 가공된 서양식 정원을 보여주고 있다. 학동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겨울연가'의 촬영 현장이 보존되어있다. 빨간 프라스틱 포인세티아로 단장된 입구에는 아직도 크리스마스 축제의 산타크로스와 전구 트리가 방문객을 반기고 있었다. 서둘러 전망대에 올라 망망대해를 바라본 후 능선 넘어의 개발자의 신앙심의 상징인 작은 기도실을 접한다. 이어 천국에 이르는 계단. 서둘러 아내와 헤어진 곳을 달려온다. 소요 시간은 약 10여분. 그러나 아내와 장모님이 보이지않는다. 선착장까지 내려갔으나 역시 만날 수 없다. 서둘러 다시 한 번 돌아본 코스를 뛰어 간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그러나 가족들을 만날 수 없다. 다시 한 번 '겨울연가'의 벤취에서 장모님과 아내를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쑥스러웠지만 드라마 현장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선착장으로 내려왔다. 유람선은 해금강을 휘이 돌아보고 학동으로 돌아왔다. 약 2시간의 경비는 1인당 약 2만4천원. 만만치않은 금액이다.
‘겨울연가’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외도 주인의 신앙의 표징인 피정의 집

멀리 해금강이

3층 숙소는 동남쪽으로 학동 몽돌 해수욕장이 내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장모님과 제니는 숙소에 남겨놓고 6시부터 시작하는 거제성당의 특전미사를 드리기 위해 서둘러 숙소를 나선다. 약 20분 거리의 거제성당은 좁은 골목 속에 위치해 있지만 너른 정원에 성탄 장식등으로 어둠 속에서도 아름답게 꾸며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약 250석 규모의 오래된 성당. 어린아이들 20여명과 나이든 할머니 20여명을 포함해 약 50여명의 신자들이 조용히 미사를 드린다. 미사를 마치고 성당 강당에서 신자들이 직접 만든 우리 농산물의 쌀강정을 샀다. 장모님의 군겆질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어쩜 신년 제수에 쓰일 수도 있겠다.
숙소로 돌아와 늦은 저녁을 준비한다. 베란다에는 간이주방이 설치되고 등산용버너에 콩나물김치국과 불고기로 포식을 한다. 마라톤 여정의 건강한 피로의 첫 날이 저물고 있다.
어둠 속에 손을 뻗어 시각을 확인하니 새벽 3시를 넘었다. 잠을 다 이룬 것이다. 조용히 화장실에 들어가 어제 대회장에서 배포한 월간지를 재독한다. 무척 더디게 시간이 흐른다. 제니와 함께 밖에 나와 어둠 속의 몽돌해수욕장을 바라본다. 예전의 한적함은 없고 24시간편의점에서부터 간간히 차량들이 지나다닌다. 벌써부터 대회 주최측에서는 대회장 준비로 분주하다. 하나의 대회를 치루어 내기 위해 보이지않는 곳에서 땀을 흘리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의 편린을 훔쳐 본다. 바다 건너 동편 하늘이 붉게 물들어 오기 시작한다. 지난 2주 동안에 동해 속초에서 서해 장봉도에서 그리고 남해 거제 학동에서 해오름을 맞을 수 있다니. 숙소로 돌아와 아내에게 해오름을 함께 하자고 권한다. 아내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따라 나선다. 장모님께는 7시 30분께 숙소 베란다 창문 밖으로 해오름을 지켜보시라고 당부하고 밖으로 나와 승용차로 어제 오면서 보아 두었던 첫번째 고개를 향해 달려간다. 동편 하늘은 점차 밝아 오기 시작한다. 드디어 7시 30분경. 외도 넘어로 남해의 해오름이 밝고 투명한 빛을 발하며 솟아오른다. 아내와 나는 그저 탄성을 금할 수 없다. 말로는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흔히 망망대해에서 솟아오르는 일출과는 달리 남해 다도해 사이로 솟아오르는 해오름은 또 다른 정취를 보여주고 있다.
외도 넘어 남해의 해오름

숙소로 오는 길에 거제성당 학동공소에 들렸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그림 같은 집이다. 성모상이 아침 햇살을 받아 따듯한 미소를 보인다. 공소 앞 마당은 마치 멋진 방갈로를 연상하게 한다. 다음 대회 때에는 피정이나 숙소로 미리 부탁을 드려 볼 일이다.
거제성당 학동 공소의 아침 햇살을 머금은 성모상

대회 장 입구의 해송이 늠름한 자태를 보이고 있다. 멀리서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이 보인다. 가까이 보니 러너스코리아의 이보양님과 가톨릭마라톤동호회의 김우준님이다.
학동의 해송

early bird 이보양님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대회장에서는 벌써 확성기로 축제의 음악이 신바람나게 울린다. 숙소에서 길만 건너면 대회장이라 느긋하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출발 30분 전에 아내와 대회장에 내려가 여러 친구들을 만난다. 대회 페이스메이킹을 위해 서울서 어제 버스로 장장 8시간을 달려온 광화문마라톤동호회 일행들의 예의 빨간 복장과 천막이 이제 눈에 익숙하다. 달리는 의사 이동윤님도 가벼운 차림으로 스트레칭을 함께 하고있다. 1800여명의 참가자로 대회장은 마치 큰 운동회를 연상하게한다. 경쟁하고 다투는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하긴 이번 대회 코스가 개인의 기록을 기대하기에는 무리일테니 말이다.
광화문마라톤의 PM 고재봉님

오른쪽으로 학동몽돌해수욕장의 해변을 끼고 10시 30분 풀코스 일행은 출발 카운트다운을 하며 쏟아져 나간다. 아내의 기록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는 당부에 4시간 전후로 경기를 마치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나는 천천히 출발선을 벗어난다. 출발과 동시에 언덕이 시작되어 애써 속도를 늦추지만 분위기에 휩싸여 몸과 마음이 달아 오른다. 어제 도착할 때 오던 코스의 역행이다. 2km를 지나며 겹쳐 입은 짚티와 귀걸이 일체형의 모자로 땀이 솟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늘막을 지날 땐 선뜻한 한기를 느낀다. 지난번 호미곶대회에서 추위로 고생을 해서 복장을 단단히 했지만 완주까지는 복장에 대한 평가는 보류해야한다.
팔손이가 반기는 첫번째 언덕 아비류 도래지

주로에는 대회 주최측에서 이동 차량으로 신명나는 음악으로 참가자를 격려한다. 동백숲과 팔색조를 안내하는 표지가 있지만 여유있게 바라볼 처지가 아니다. 몽치해수욕장을 지나면 전망좋은 레스또랑이 반긴다. Oneill. 앞 바다의 손을 뻗으면 닿을듯한 작은 섬이 로맨틱하다. 구조라해수욕장을 지나는 도로변의 전망 좋은 곳은 각종 음식점들이 자리를 잡고있다. 긴 언덕을 내려 지세포에 이르면 지세포성당의 성모상이 참가자들을 반긴다. 성호를 긋고 남은 경기를 다짐한다. 누우래재를 넘으며 3시간 40분대의 페이스메이커가 추월을 한다. 어제 짐작한 장승포 포구가 내려다 보이는 반환점 통과 시간은 1시간 50분. 이제 돌아가는 시간으로 2시간을 잡기로 다짐한다. 그러나 후반부의 오르막 경사도는 만만치가 않다.
돌아가는 코스의 거제 남쪽 바다는 오후의 햇살을 받아 더욱 쪽빛으로 물들고 있다. 풀코스 참가자가 300명 남짓이라 주로에는 참가자들의 행렬이 듬성듬성 이어진다. 오르막에는 벌써 걷는 이들이 늘어난다. 지난번 호미곶에서의 반환점 이후 오르막을 걸은 자신에 대한 불만을 보상 받기 위해 페이스는 걷는 정도이지만 달리기를 멈추지않는다.
남은 거리 10km부터는 매 1km마다 거리 표시가 있다. 도로 이정표와 대회 거리 표시가 유사하여 달리기에 매우 도움이 된다. 마지막 5km 지점의 응달진 곳의 오르막 급수대를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의 최대 고비인 아비류도래지 언덕을 치달아 오른다. 팔손이 나무가 겨울 꽃으로 마지막 힘을 돋운다. 4시간대 페이스메이커가 나를 밀어내고 달려간다. 아내와의 약속을 위해서 그리고 이제 고작해야 4km도 안남았는데. 4시간대 페이스메이커 일행과 보조를 맞춘다.
마지막 내리막

마지막 2.5km 남은거리 급수대에 아내가 마중을 나와있다. 그리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다. 아내의 내리막이니 조심하라는 당부에 천천히 오라고 당부하고 마지막 역주를 한다.
대회장 입구 학동 몽돌해수욕장

골인지점 부근은 주최측의 골인 주자에 대한 환호로 축제 분위기 이다. 골인 후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아내와 숙소로 돌아와 샤워 후 아내가 마련한 불고기 식단으로 배를 채운다.
대회 종료 시간이 지나서 우리 가족은 대회 코스의 반대편인 남부 방면을 향해 귀가길을 잡았다. 전혀 새로운 여정이지만 또 다른 풍광이 그리 아름다울 수가 없다. 앞으로 제대로 가꾸어 나간다면 외국에 비하여 손색이 없을 풍광이다. 거제대교를 지나면 곧장 통영이다. 통영 부두에 이르는 길은 자동차 체증으로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아마 생선회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자동차 체증이 이어지는 모양이다. 통영 부두로 노을이 붉데 타오르며 하루를 넘기고 있다. 아내와 장모님은 싱싱한 횟감을 구해 오셨다. 서둘러 귀가 길을 재촉한다.
공사중인 지방도로를 빠져 나와 사천 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다소 편해진 도로사정으로 여유가 생긴다. 산청 휴게소에 들려 승용차에서 통영에서 장을 본 싱싱한 회로 저녁 식사를 대신한다. 그러나 아뿔싸. 아내가 초고추장을 가져온다는 것이 토마토 케쳡을 가져온 것이다. 세상에. 토마토 케쳡으로 생선회를 먹은 예는 일찍이 들어본적이 없다. 그러나 본의 아닌 퓨전 회로 별미를 즐길 수 있었다. 식성이 각별하신 장모님께서는 초장맛이 이상하시다면서도 생선회를 맛있게 드신다.
대회를 치른 귀가길이건만 별다른 피로감도 없고 졸음운전도 없이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 30분을 지난다. 장장 6시간의 승용차 여정을 치른 것이다.
팔순이 넘으신 장모님께서 아무런 탈 없이 마라톤 여정을 함께 마친 것에 감사를 드린다.
일주일 뒤에 있을 고성대회의 또 다른 마라톤 여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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