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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그대 마라톤에게2(춘마에서 출산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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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성근 작성일04-10-29 11:43 조회4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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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마라톤에게2

그대와의 외도로 만신창이가 되어 귀가한 후
아내는 내 다리를 주무르는지 구타하는 건지
다가앉으며 그대와의 관계를 정리하라합니다.

하지만 나는 다시 추억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대와 만남을 하루 앞둔 나는
소풍을 기다리는 초등학생처럼
잠도 오지 않았고 깨어나기를 여러 번...

약속 시간보다 4시간이나 먼저 도착하여
제법 쌀쌀한 춘천의 가을 아침 날씨에
모닥불 피우고 설렘과 긴장된 모습으로
그대를 기다리던 나를 혹시 보셨나요.

나의 온 마음을 그대에게 전하기를 1년여,
드디어 오늘 처음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당신의 모든 것(full)을 내게 허락하기 까지
그 많은 날짜가 꼭 필요했어야만 했나요?
나는 당신의 발끝에서 머리끝 까지
어느 한곳 지나칠 새라 정성껏 애무했고
그런 나를 그대는 말없이 받아 주었죠.

그대와 함께 춘천종합운동장을 나설 때
하늘은 높고도 눈이 시리게 푸르고
목화를 추수하고 난 농부가
목화송이를 흘리기라도 한 듯이
하얀 구름은 여유롭게 흩어져있고
공기는 맑고도 신선했습니다.

굽이굽이 의암호에 그림자 드리운 포도(鋪道)는
백오리길 이상을 함께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메山 자 모양으로 높이 솟은 삼악산은
미소 지으며 온갖 색으로 채색된 옷을 입고
조금은 거만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 주었죠.
그 산을 끼고 도는 주자(走者)들은 원색 단풍 되어
호수는 숨죽이고 고요히 정지되어 있건만
대신에 유유히 흐르는 단풍 띠가 되었지요.

사랑이 끝난 후에 잡아먹힌다는 숫 사마귀처럼
그대 사랑하다 죽어도 좋을 만큼 전력질주 했고
눈길 손길 닿는 곳 마다 내 모든 정열을 바쳐
그대에게 몰입하다 그 희열이 너무나 벅차올라
여러 번 포기 하고픈 생각이 없지도 않았지만
연도에 줄지어선 예쁜 자원봉사 여학생들의
밝게 웃으며 환호하는 모습과 백오리길 저편에서
그대와 함께 할 크라이막스를 떠올리고
멈추지 말라는 그대의 나지막한 속삭임에
나는 더욱 그대에게 열중할 수 있었습니다.

25키로 지점을 지나며 눈앞을 떡 막아서는 춘천댐,
직진하면 군 시절 첫사랑의 추억이 있는 화천인데
그때 날아와 앞자락에 달라붙은 무당벌레 한 마리
아름다운 색상의 그놈은 첫사랑의 메신저가 되어
내게 할말이 있어 왔다는 환상에 잠시 힘듦도 잊고
10여리 길 이상을 더 내달릴 수 있었답니다.

백오리길의 정점에서 그대 간절히 나를 원했고
벌겋게 상기된 나는 거친 숨을 토해 내며
뼛속부터 아우러져 나오는 거대한 쾌감에
터져버릴 듯한 심장의 고동소리도 듣지 못하고
마지막 땀 한 방울 까지 쏟아내며
그대에게 침몰하고야 말았습니다.

3시간 55분 52초에 걸친 우리의 이 미친 사랑이 끝난 후
혼미해진 내 의식은 한사람을 떠올리게 되었답니다.

- 아! 아버지
물려 주신 것이라고는 몸뚱아리 뿐,
손톱만한 부자(父子)의 정에도 인색했던 아버지!
미워하기만 했던 당신이 세상을 뜨셨을 때도
이 자식은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는데
이렇게 운동장에 퍼질러 앉아 맺히는 눈물에
연신 물을 끼얹고 이것은 눈물이 아니라
땀이며 물일뿐이라고 치받는 소리 삼켜야했습니다.
건강한 신체와 튼튼한 다리를 제게 주신 당신
한없는 감사함과 죄스러움의 무게에 눌리어
펑펑 울지도 못하는 저를 용서 하여주십시오. -

아기는 작게 낳아 크게 키우라 했지만
그대가 오늘 건네준 3.55kg(3:55:52)아기는
영원히 곁에 두고 정성껏 보살피려 합니다.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이 미친 사랑은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해도 되는 것일까요?
내 가슴은 마른 낙엽처럼 허허롭기만 한데
그대는 어찌하여 아무런 말이 없습니까.
2004.10.28
(구로중앙유통단지 마라톤 동호회)
이곳(서울마라톤)에서 상품으로 받은 운동화 신고 첫 풀에 도전하여
좋은 결과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위글은 춘마후기에 올린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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