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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정승대감님의 "얼음"과 "은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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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현 작성일08-01-14 00:59 조회1,685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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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3(일) 07:00, 25.195km 반달이 뜨는 이른아침, 탄천하구 다리밑은 손끝과 발끝을
잠시나마 꼼지락거리지 않으면 바로 냉기가 자리를 잡으려고 합니다.  몇일 동안 빈집
되어 불맛보지 못한 얼음냉골 구둘장같이 차갑기만 합니다.

허나, 그도 잠시, 무리지어 달려오는 뜀꾼들의 힘찬 발자욱소리와 거친호흡,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며 흘린 땀방울의 열기를 수증기로 토해내며 내달리는 주자들의 뒷모습에
잠시 추위를 잊어 봅니다.

희망팀 주자와 마지막 후미주자들을 보내고,  반달캠프로 귀환하니 군불을 잘 땐 초가집
아랫목처럼 따스함이 차거워졌던 몸과 마음을 바로 덥혀줍니다.

반달의 살림살이도 많이 늘었건만,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아 비품들은 적재함에 꼭꼭 채곡
채곡 잘 쌓여지고,  뒷처리까지 말끔하게 정리됩니다.  그러나, 반달을 제때에 뜨도록 새벽녘
부터 고생한 스텝들의 곱은 손과 얼은 발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짠하지만,  끝내 행동도
표현도 잘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고 돌아서고 나서 후회를 합니다.

모처럼, 일요일과 겹친 휴일,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달리기 복장을 차려입고 쓰고,
햇살 넘어가는 한강둔치길을 나섭니다.  잠실대교밑 B10지점에서 그럭저럭 숨고르기,
뼈마디 기름치기를 적당히 다스리고 반달캠프쪽을 향합니다.

달려봤자 천달사 속도는 늘 변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속도,  슬슬주법으로 두시간정도 달려볼
요량으로 오전내내 떨던 탄천삼거리 하구를 지나 청담대교를 벗어납니다.  손끝, 발끝도
시리지 않는건 운동량에 비례하는지,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그럭저럭 성수대교와 동호대교
그늘을 벗어나 한남대교쪽에서 반포철탑을 오랜만에 봅니다.

어둑,어둑, 슬며시 어둠이 내리는 자락의 짖음이 더해 갈때쯤 갈증을 느낌니다. 
동반하여 허증도 같이 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해결할 매점이 없다는 것을 그제야 눈치챕니다.

꼬깃꼬깃, 한국은행권 일금일만원정의 효력이 전혀 미치질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챘을땐,
그나마,  반달캠프가 있는 곳, 유일한 “한강의 아리수” 수분공급처를 향할 수 밖에.....

반달캠프 B0지점을 간신히 턴을 하고,  맹물에 밥말아 먹는 기분으로 수도꼭지를 한손으로
누르고 한손 모아 잡고,  차거운 얼음물을 몇모금 삼키며 문득 강건너의 동빙고의 얼음과
요즘 흔하디 흔한 상추쌈밥(은근초)이 생각이 납니다.

동빙고동(東氷庫洞)은 반포대교 북단 한강변에 있는 곳으로 조선시대에 얼음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던 곳으로 원래는 옥수동쪽에 있다가  연산군이 옥수동을 사냥터로 정하는 바람에
동빙고로 옮겨다고 하며,  매년 얼음이 잘 얼도록 해달라고 빙신(氷神)인 현명(玄冥)에게
제사를 지내던 사한단(司寒檀)이 있었다 합니다.

그런대, 임금님께서 한여름까지 제사와 어전에서 쓰고 남은 얼음을 한덩어리씩 정승대감들께
나누어 주었다는데,  당시엔 보통 평민들은 한여름에 얼음을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라,  귀한 얼음을 가마니에 잘 싸서 안댁마님과 자제들에게 자랑도 하고 먹이기 위해 급히
집으로 퇴청하는 근엄한 정승대감의 모습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얼음같이 차가운 “아리수”로 갈증을 해소하고 한남대교를 벗어나니, 어둠이 제법 앞길을
가로 막습니다. 따라서 허증도 같이 옵니다.

한여름, 대청마루에서 정승대감님이 바삐 들고온 귀한 얼음을 아드득, 아드득, 깨물어 먹는
늣둥이 도련님과 정승대감 안주인 마님께서 상추위에 하얀이밥을 놓고 된장을 잘발라 싸아준
상추쌈밥을 한입 문 정승대감님의 모습과 그를 바라보는 그윽한 마님의 눈길이 떠오릅니다.

요즘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흔하디 흔한 것이 상추이나  옛날에는 매우 귀한 채소로, 
“천금채” 또는 “은근초”라고 하여 뽀얀 유즙도 나오고 여자에게 젖을 많이나오게 하고
남자에겐 정력에 좋다하여  상추를 많이 심으면 그집 마님의 음욕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상추를 서마지기 반이나 하는 년!”이라고하여 음욕이 많은 여자로 흉을 보아서 
상추는 남이 보지 않는 곳에 숨겨서 심어 먹는 희귀한 정력소채였기 때문에 “은근초”라고
하였다 합니다.

그런데, 이 추운 한겨울, 한강변을 달리며 식어버린 찬밥에 싸서 먹어야 제격인
상추쌈밥이 떠오르는지.. 허기진 입맛을 다십니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때문에 모습을 잠시 감춘 매점 때문에 더욱 더 갈증과
허기를 견디지 못하고 헛것을 본 것이 아닌지,  한겨울에 서로 상반되는 “얼음”과
“상추쌈밥”의 헛것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십니다.

그렇게 두시간을 조금더 넘겨  어둠속에 뭍혀가는 발끝만 내려다보며 달리다보니
잠실선착장,  휘황한 불빛이 앞길을 밝혀줍니다.

그곳은 매점보다 한차원 높은 한강의 오아시스,  시원한 생수와 허기진 뱃속을 채우고,
거기에다 생맥주까지 한잔 할수 있으련만, 꼬깃한 일금일만원정을 내품에서 떠나보내기를
포기하고, 따듯한 아랫목이 더욱 그립기에 돌아가고픈 내집으로 발길을 재촉합니다.

 
                            탄천삼거리 깃발맨 천달사 김대현


덧글 : "은근초"보다 영양가도 더 많고 거시기도 더 좋다는 맛난 홍탁에다 질좋은 삽겹살까지
          먹여주신 "성마니성님" 덕분에 오늘밤 즐거운 "나이트"를 보내렵니다.^^
추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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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병직님의 댓글

김병직 작성일

늘 그자리서 그늘이 되어 주시는 님은 항상 고맙답니다
미천하나마 그 님의 조그만한 자리가 보탬이 될 까
열심히 하고 있지만  부족 하답니다
수고 하십시요!!

지리산님의 댓글

지리산 작성일

흠....좋은 정보 감사 감사^^그동안 수년째 매일 마늘을 밥상에 올려 아그작 아그작 먹었었는디...오늘부터는 은근초 매일 매일 아침상에 놓으렵니다. 푸헐헐 이제 드뎌 변강쇠 흉내를 내게 되는구나^^ 추운 날 고생하셨습니다.늘 감사 드리고요. 힘!!!

안수길님의 댓글

안수길 작성일

천달사님의 전직이 작가이신 것이 틀림없소이다.
어찌 그리 우리네 살림살이에 야담까지 곁들여 재미있게 글을 쓰시는지..
강추위속에서도 힘차게 흔드는 깃발맨의 열정에 어떻게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그래도 채회장님이 마련한 자리에서 정담을 나누며
우람한 가슴을 보니 평소에도 운동을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

이애경님의 댓글

이애경 작성일

ㅎㅎㅎ 맞아요~~~ ^^
작가님~~~ 재밌게 잘 보구갑니다..
글구 늘 존경스런 깃발맨... 이제야 존함이 매치...ㅎㅎㅎ
정말 멋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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